한옥마을 조성사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가 하면 혈세만 낭비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곳도 적잖다.
2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지역별 관광자원과 연계해 한옥단지를 조성하거나 전통한옥을 관광·숙박 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700여채의 한옥으로 이뤄진 전북 전주 교동 한옥마을이 대표적이다.
한 해 9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전주 한옥마을은 미국 CNN과 세계 배낭여행의 지침서인 ‘론리플래닛’ 등이 아시아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로 손꼽을 정도다. 최근 여름휴가철에는 포털사이트 여행지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남원시도 190억원을 들여 지난달 15일 광한루 인근에 남원예촌 한옥 숙박 체험 시설을 개관했다. 24실 9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시설은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큰 인기를 누렸다.
고창군도 140억원을 들여 2014년 7월 모양성 인근에 한옥 8채를 지었다. 전체 11실에 44명을 수용하는 한옥 숙박 체험시설은 옛거리 체험과 어울려 흥미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공산성·무령왕릉·계룡산과 가까운 충남 공주 웅진동 금강변의 공주한옥마을도 규모는 작지만 가족단위 관광객 숙박과 기업·기관·단체 회의 장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와 전통문화 보존을 위한 한옥단지 조성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경북도는 도청이 이주한 신도시(안동시 풍천면·예천군 호명면) 33만㎡를 한옥 특화지구로 지정해 660채의 한옥을 새로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달 한옥 주택용지를 일반 분양했다.
전남도 역시 나주읍성 권역을 한옥체험 등을 위한 한옥단지로 향후 개발해 관광자원화 할 계획이다. 전통한옥 162채와 상업시설 73동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도 2014년부터 도시민의 한옥체험을 위해 청원구 오창읍 1만8600㎡에 한옥마을을 조성 중이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한옥마을은 현재 서울 북촌과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 전남 순천 낙안읍성, 경북 안동 하회마을, 경남 하동 청학동, 제주 성읍민속마을 등 전국적으로 20여 곳에 달한다. 한옥 그 자체만으로 관광자원이 되는 이들 마을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탁상행정으로 무작정 건립했다가 수년 째 관리비 부담만 떠안기는 한옥마을도 생기고 있다. 서울 강남 세곡동 못골마을은 2013년 2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세웠으나 지금까지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도 지난 2008년 향토문화 발굴과 민속문화 계승을 명분으로 26억원을 들여 원미구 상동에 한옥마을을 조성했다가 여의치 않자 올 들어 철거하기로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임 단체장의 한옥 사랑이 각별해 관사는 물론 전남개발공사가 신축한 관광호텔 2곳까지 한옥으로 지었다가 예산만 축냈다”며 “나주 한옥단지는 옛 나주목사가 머물던 관아와 맞물린 관광명소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
줄잇는 한옥마을… 사업성은 극과 극
입력 2016-08-25 0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