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허위 광고 사건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경우로 사실상의 무혐의 결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환경부 추가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소극적인 결정으로 소비자 피해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은 이들 회사가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표시광고법은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중요한 사실을 은폐·누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소비자정책국은 CMIT, MIT가 유독물로 지정됐다는 점, 정부가 피해자를 선정해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사실 등을 위법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 격인 공정위 소위원회(주심 김성하)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환경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 위법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CMIT, MIT 원액의 유독성은 인정되지만 이들 제품은 이를 0.015%로 희석했기 때문에 제품의 주성분과 독성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점만으로 위법행위로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봤다.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은 “환경부의 조사결과 등을 통해 인체 위해성에 대한 추가적 사실관계가 확인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추후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이번 달 만료되면서 과징금은 부과할 수 있지만 검찰 고발은 이뤄질 수 없게 됐다. 또 환경부가 CMIT, MIT가 폐와 폐 이외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한 전체 가습기 피해자 1528명 중 CMIT, MIT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67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37명에 달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한쪽은 꼼짝마! 다른 쪽은 찔끔 봐주기?] 가습기 살균제 과장광고 면죄부
입력 2016-08-25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