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원유 생산량은 급증했지만 국내 흰 우유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제도에 묶여 유업체가 우유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수급 불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대립으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리한 싸움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13년 시작된 원유가격연동제는 가격을 더 받으려는 낙농업계와 싸게 구입하려는 유업체간의 협상과정에서 원유공급 중단과 시위 등 진통이 잇따르자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문제는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기인해 시장상황과 수요 등은 가격 책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유 기본가격은 ‘기준원가’와 ‘변동원가’의 합으로 결정된다. 기준원가는 전년 기준원가에서 전전년 기준원가를 감하고 우유생산비를 곱한 뒤 전년기준원가를 다시 더한 값이다. 변동원가는 전년 변동원가에 전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곱한 뒤 다시 전년 변동원가를 더한 값으로 결정된다.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않다보니 부작용이 속출했다. 생산량이 많아지고 소비가 줄면 가격을 내려 소비를 유도해야하지만 제도에 묶여 탄력적인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비자 물가 상승에 원유가격이 따라 움직이다보니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전 2013년 8월까지 2360원대였던 흰 우유 평균 가격은 시행 직후인 10월 2572원으로 2개월 만에 214원이나 올랐다.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흰 우유가 전체 우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70.4%에서 지난해 66.6%까지 급락했다. 정부에서는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대립으로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전국단위 쿼터제란 각 농가의 기본쿼터(정상가격대로 납유할 수 있는 권리)를 하나로 묶어 상황에 따라 같은 비율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려 생산 총량을 조절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일관된 원유 정책을 위해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낙농가와 유업체의 대립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업체는 원유가격연동제보다 앞선 2002년 각 낙농가와 개별적으로 맺은 원유생산쿼터제로 인해 계약된 만큼의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유업체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난해부터 각 낙농가와의 쿼터계약 조절을 통해 평균 96% 물량에만 정상가격 보장해주는 ‘마이너스쿼터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그동안 누적된 적자와 수급 불균형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낙농가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덮어놓고 생산량을 줄일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현재 우유값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유가격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기준 42.7%로 일본 49.4%, 영국 49.3%에 비해 낮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유 가격은 지나친 유통마진 때문”이라면서 “지난 2011년 원유 가격이 250원 인상됐을 때 유통마진은 144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낙농가-유업체, 툭하면 힘겨루기… 설 땅 잃은 흰 우유
입력 2016-08-28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