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알리려… 54일간 6000㎞ 페달 밟다

입력 2016-08-25 04:12
위안부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횡단한 김태우씨, 김한결씨, 김현구씨(오른쪽부터)가 23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 청사 안 위안부기념공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행동이 따르지 않는 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하는 우리의 자전거 미국 횡단은 계속될 겁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미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했다. 김태우(24·경희대2)씨, 김한결(25·경희대3)씨, 김현구(25·한성대4)씨로 구성된 트리플A 프로젝트 멤버 3명이 주인공이다. 트리플A는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Admit)’ ‘사과하고(Apologize)’ ‘동행하라(Accompany)’는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세 김씨는 23일 오후(현지시간) 버지니아 페어팩스카운티 청사 안에 설치된 위안부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지난 6월 27일 자전거에 몸을 싣고 로스앤젤레스(LA)를 떠난 지 54일 만이다. 마크 김(50) 버지니아주 하원의원과 워싱턴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들을 환대했다.

김 의원은 “위안부 문제는 잊혀진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인권문제”라며 “많은 미국인에게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킨 한국 젊은이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격려했다. 김 의원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 간 1.5세대 한인 정치인이다.

이들의 자전거 여행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LA를 떠난 뒤 만난 사막에서는 길이 없어 자전거를 들고 걸었다. 사막에 갇혀 폭염과 탈수에 시달리는 극한의 고통을 겪었다.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중에는 닷새 내내 비를 맞으며 페달을 밟았다. 타이어가 찢어지고, 빗길에 미끄러져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행하겠다’고 한 다짐을 떠올리며 페달을 밟았다. 세 명의 젊은이는 자전거 여행길에서 만난 미국인에게 “위안부를 아느냐”고 말을 걸었다. 자전거 수리점에서 만난 미국인이 ‘어쩌다가 이런 사고를 당했느냐’고 물으면 “위안부의 실상을 전하기 위해 미국 횡단길에 나섰다”고 답했다. 시카고에서는 위안부기림 집회에 참가해 소녀상 퍼포먼스를 하고 헌정시를 낭독했다. 현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도 했다.

세 김씨는 24일 워싱턴DC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가해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김태우씨는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협약은 무효”라며 “특히 일본 정부의 지원금은 배상금 성격이 아닌 데다 범죄행위를 인정한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들의 여정은 다음 달 7일 뉴욕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 참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자전거로 미 대륙을 가로지른 길은 캘리포니아∼애리조나∼텍사스∼미주리∼일리노이∼워싱턴DC∼뉴욕에 걸쳐 약 6000㎞에 달한다.

김현구씨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지원자를 뽑아 내년에 다시 자전거로 미 대륙 횡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