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의 대형 창작뮤지컬 2편, 흥행·작품성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입력 2016-08-25 18:49 수정 2016-08-26 00:33
대형 창작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와 ‘곤 투모로우’가 다음 달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도리안 그레이’의 주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김준수와 박은태, ‘곤 투모로우’의 강필석과 김재범(왼쪽부터).각 제작사 제공
해마다 수십 편의 창작뮤지컬이 제작되지만 대부분 소극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극장은 주로 이미 검증된 해외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이 차지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이 꾸준히 이뤄진 끝에 ‘프랑켄슈타인’ ‘그 날들’ 등 성공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3월 ‘마타하리’가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고, 이어 8월 ‘페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마타하리’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몰이를 했다. ‘페스트’는 서태지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톡톡히 화제를 모았다. 다만 두 작품 모두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또 다른 대형 창작뮤지컬 2편이 나란히 관객을 찾는다.

9월 3일∼10월 29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1804석)에서 공연되는 ‘도리안 그레이’와 9월 13일∼10월 23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980석) 무대에 오르는 ‘곤 투모로우’가 그것. 두 대형 창작뮤지컬이 초연부터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작품은 흥행 연출가 이지나(사진)가 연출은 물론 대본 각색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 연출가가 두 편의 대형 창작뮤지컬을 올리는 것은 유례가 없다. 당초 지난 7월 예정됐던 ‘곤 투모로우’가 미뤄졌기 때문인데, 이지나의 역량이 두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탐미적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원작으로 했다. 아름다운 귀족 도리안이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영혼의 계약을 맺은 뒤 쾌락에 빠지는 이야기다. 창작뮤지컬 ‘모비딕’을 연출한 조용신이 대본을 쓰고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김문정이 작곡을 맡았다. 국내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와 박은태의 출연으로 흥행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전망. 실제로 이미 80% 이상 판매됐다.

앞서 김준수는 ‘천국의 눈물’ ‘디셈버’ 등 2편의 창작뮤지컬에 출연했는데 혹평 속에서도 흥행은 성공했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데스노트’로 국내 뮤지컬계 신고식을 치른 김준수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다. 씨제스는 체코에서 올로케 촬영을 마친 영상을 무대에 활용하는 등 아낌없이 제작비를 투입,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곤 투모로우’는 한국 현대연극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의 ‘도라지’를 원작으로 했다. 고종 치세의 혼란스러운 정세 속 나라를 구하려는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 최초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도라지’는 199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연극연출가회의에서 일부 소개된 후 94년 예술의전당의 오태석연극제에서 초연됐다. ‘곤 투모로우’는 이지나가 대본을 직접 쓰고 창작뮤지컬 ‘셜록 홈즈’ 시리즈의 최종윤이 작곡을 맡았다.

갑신정변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현대적인 느낌의 역사 누아르로 만들었다. 김옥균 역에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가, 홍종우 역에는 김재범 김무열 이율 등이 캐스팅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