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 스포츠] 폭력에 맞선 X자

입력 2016-08-24 21:39
두 팔로 X자를 만들며 골인하는 페이사 릴레사. 신화뉴시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 마라톤.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출신인 페이사 릴레사(26)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X자를 만들었다.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에티오피아 정부를 온몸으로 고발한 것이다. 그는 시상식에서도 X자를 그렸다.

지난해 11월 에티오피아 정부가 오로미아 지역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강제 편입하려 하자 오로모족은 시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릴레사의 시상식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금메달리스트 토미 스미스, 동메달리스트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의 시상식과 오버랩된다. 흑인인 이들은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고 있었다. 인종차별에 저항의 몸짓을 한 것이다. 정치적인 행위를 한 이들은 메달을 박탈당했으며, 미국 육상계에서 영구 제명됐다. 릴레사는 귀국하면 살해당하거나 투옥될 것을 우려해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스미스, 카를로스, 릴레사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행동하는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김태현 스포츠레저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