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강으로 군림했던 삼성 라이온즈.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한 ‘사자군단’의 위상은 올 시즌 무너졌다. 10개 구단 중 9위. 삼성이 이만큼 고전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가을야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건다. ‘국민타자’ 이승엽(40)이 타선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5-7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 때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올 시즌 96타점. 개인통산 1389타점이다. 삼성 출신 양준혁(47·은퇴)의 개인통산 최다 타점과 타이기록이다. 이승엽은 1타점만 추가하면 단독 최다 기록 보유자로 올라선다.
1995년 데뷔한 이승엽은 올해 프로 22년차다. 한국에서만 14시즌을 소화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에 겸손함을 아는 진정한 프로다. 불혹에도 꾸준한 기량과 성적으로 후배들 못지않게 팀 공헌도가 높다. 올 시즌 2경기만 빼고 모든 경기에 출장했다. 삼성이 시즌 초반 줄부상에 시달렸기에 이승엽의 강행군은 더 빛난다. 마운드는 붕괴됐지만 이승엽이 버티는 중심타선은 살아있다. 삼성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가을야구의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팀 성적을 감안하면 이승엽이 개인기록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다. 하지만 살아있는 전설답게 또 하나의 대기록이 눈앞에 있다. 한·일 통산 600홈런이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총 439개, 일본에서 활약했던 2004∼2011년 159홈런을 작성했다. 합계 598홈런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에도 힘을 잃지 않고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는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그렇게 이달에만 6홈런을 수확했다. 시즌 홈런은 팀에서 가장 많은 23개다.
이승엽은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삼성이 4회초까지 6점차로 뒤진 열세를 뒤집고 9대 8로 역전승한 이 경기에서 이승엽은 중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때려 점수를 1점차로 좁혔다.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설 뻔했지만 낫아웃 폭투로 1루를 밟아 출루는 모두 두 차례였다.
두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이승엽,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팀을 위해 뛰다보면 개인기록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번에도 그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1389… 이승엽, 통산 최다타점 타이
입력 2016-08-24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