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조직을 혁신하고 지하철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서울메트로 김태호(사진) 사장 후보자가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권유로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김 후보자에 대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논란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의 ‘돌려막기 인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일부 의원은 김 후보자가 서울시 권유로 사장 공모에 지원한 만큼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우형찬(양천3) 의원은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서울시에서 (지원서를)내라고 해서 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유동균(마포3) 의원은 “메트로 사장이 되면 이런 비전을 가지고 일하겠다는 식으로 떳떳하게 해야지 생각이 없었는데 마지못해 서류를 낸 것처럼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후보자를 그만둘 만큼 큰 허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진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공모 지원을 권유한 주체가 누구냐는 더불어민주당 박호근(강동4) 의원 질문에 “여러 분이 있지만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에게서 (권유하는) 말을 듣고 가능한 일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황당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니까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배석한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도시철도공사는 안정된 상태였고 메트로는 조기 수습할 필요가 있어서 두 조직 중 선택한다면 메트로를 조기에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서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도 1∼4호선 운영주체인 서울메트로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을 놓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과 함께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성중기 의원(강남1)은 “후보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박 시장의 입김에 따라 김 후보자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시민의 눈으로 보면 도시철도공사와 메트로는 한 지하철일 것”이라며 “시민과 지하철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면 야단맞는 일이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시절 친정인 KT출신에게 특혜를 줘 논란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메트로 사장후보자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이날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시의회는 경과보고서를 양준욱 시의회 의장의 승인을 거쳐 박원순 시장에게 보낼 예정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박원순 시장, 서울메트로 사장 제식구 돌려막기 논란… 김태호 사장 후보 “서울시 권유로 지원”
입력 2016-08-23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