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을 동시에 받아든 김수남 검찰총장은 결국 특별수사팀 가동이라는 승부수를 택했다. 수사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윤갑근 특별수사팀 체제’는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려는 검찰 수뇌부와 이를 우려한 청와대 간의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가 우 수석 엄호 방침을 확고히 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수사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김 총장은 지난 18일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서 접수 이후 고민을 거듭하다 특별수사팀 구성을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수사팀장으로 낙점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정치·대선개입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사건’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에 특별수사팀이 투입됐었다.
윤 고검장은 2014년 2∼4월 증거조작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국정원 대공수사국 처장 등을 기소한 바 있다. 우 수석과는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이며,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대검 수사기획관이던 우 수석과 특별수사 업무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우 수석은 윤 고검장의 고검장 승진 때도 인사 검증을 담당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윤 고검장의 특별수사팀장 선임 이면에 청와대 의중이 들어갔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김 총장이 특별수사팀 방안을 고수하자 청와대 측이 몇몇 후보군을 밀면서 윤 고검장으로 조율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 총장이 출신 지역과 수사 경력, 겉으로 드러난 우 수석과의 친분 등을 감안해 현직 간부들 중 ‘차선’을 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청와대에 맞추는 수사도, 맞서는 수사도 어려운 것 아니냐”며 “특별수사팀은 현실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윤 고검장은 2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해 수사팀 구성, 수사 방향 구상 등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고검장은 “어떤 내용이 들어와 있는지와 그 범위를 파악하고 나서 수사팀도 이에 맞춰 종합적으로 구상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신속한 규명을 주문한 만큼 수사 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 절차에 들어갈 공산도 크다. 사건 당사자인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하다. 이 감찰관은 지난 22일 출근길에 “검찰이 부르면 나가서 적절히 소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안의 성격상 수사 대상이나 방식 등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 사이 물밑 신경전이 벌어질 소지는 다분하다. 현직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특별수사팀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국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은 정부조직법상 법무부를 통해 자신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으며, 비공식 라인을 통한 수사정보 수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의 청와대와 검찰은 ‘오월동주’ 상황”이라며 “청와대 견제 속에서 김 총장과 수사팀의 수사 의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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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공정성 논란 피하자”… 檢, 장고 끝 고육책
입력 2016-08-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