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하자마자 전국 초·중·고교에 집단 식중독 비상이 걸렸다. 35도 안팎의 폭염을 기록한 지난 22일 하루에만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급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고 보건당국이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례 없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식중독균의 번식이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개학철 전국 학교 급식소 및 식재료 공급업체에 대한 합동 점검을 앞당겨 24일부터 실시키로 했다. 또 170여명으로 ‘전국 학부모 모니터단’을 구성해 식재료, 조리 과정 등 급식 전반에 대한 상시 감시에 나서기로 했다.
23일 교육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개학 후 부산과 경북 봉화, 서울, 대구 등 곳곳에서 학교 급식 후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부산 동구 A여고 학생 60여명은 지난 19일 오후부터 설사와 복통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고 보건당국의 신속조사 결과 38명에게서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됐다. 학교 측은 정확한 식중독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오전 수업만 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최근 무더위로 인해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조리실 내부 온도가 섭씨 55도까지 치솟아 음식이 부패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공동급식을 하는 경북 봉화중·고등학교에서도 지난 19일부터 22일 사이 재학생 109명(중학생 33명, 고등학생 76명)이 복통, 설사 등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이 중 중학생 1명, 고교생 8명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학교 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단체급식을 중단하고, 개인 도시락을 지참토록 했다. 22일 오후에는 서울 은평구의 공동급식 중·고등학교 5곳에서 510명의 학생과 대구 수성구의 한 고교에서 70명이 급식 후 식중독이 발생했다.
식약처 집계 결과 이달 들어 발생한 식중독 6건(749명) 가운데 5건(727명)이 22일 발생했다. 올해 6∼8월 발생한 전체 식중독(97건·1874명)의 68.5%(17건·1284명)가 학교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학교 급식 식중독 환자 수(960명)보다 33.7%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와 식약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학교급식 식중독 예방과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모든 학교에서 자체 위생·안전관리 점검을 실시하고 교육청에서는 급식 실태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식약처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김치제조가공업체 및 농산물 전처리업소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통상 1∼2일 걸리는 식중독 검사 시간을 4시간 내로 당기는 신속검사체계를 가동하고 식중독 발생 시 식재료 공통 납품 학교에 조기 통보하는 시스템을 운영키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중독 증식모델에 따르면 ‘황색포도상구균’의 경우 36도에서 3시간만 지나면 1마리가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숫자까지 증식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며 “집단 급식 메뉴에서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은 생식, 비빔밥, 샐러드 등을 제외하고 볶음 김치 등 익힌 음식을 반찬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보기]
☞
민태원 기자, 부산·봉화=윤봉학 김재산 기자 twmin@kmib.co.kr
개학하자마자… 전국 초·중·고교 ‘집단 식중독’ 비상
입력 2016-08-24 04:33 수정 2016-08-24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