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상청 예보가 많이 틀렸다. 왜 자꾸 틀렸는가.”
“기압계가 정체되는 것도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8월에 대륙에서 강한 ‘열적 고기압(열대 기단)’이 생겨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강수도 많을 것으로 봤는데 틀렸다.”
기상청이 23일 마련한 정책브리핑에서 기록적 폭염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폭염이 언제 한풀 꺾이겠다’는 예보를 계속 번복했던 기상청은 올 여름 폭염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례적 현상’ ‘예측이 어려웠다’ ‘틀렸다’는 말이 잇따라 나왔다.
8월은 기상청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 기상청은 지난달 22일 내놓은 ‘3개월 전망’에서 이달 평균기온이 평년(25.1도)과 비슷하거나 0.5도 정도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 21일까지 집계된 이달 평균기온은 28.1도에 이른다. 같은 기간의 평년 기온(25.6도)을 2.5도나 웃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기압계 정체, 대륙발 열적 고기압은 예측이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올 여름 폭염 현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례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온뿐만 아니다. 강수량 예보도 빗나갔다.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관측했던 이달 강수량은 24.4㎜로 평년 강수량(175.6㎜)의 15%에 그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내려오는 상층의 찬 공기가 하층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강수가 많을 것으로 봤지만 틀렸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이날 기상청은 뒤늦게나마 ‘역대급 폭염’의 원인을 설명했다. 지난달 후반 베링해 부근에서 발달한 강한 고기압 때문에 우리나라 주변의 기압계 흐름이 정체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뜨거운 공기가 주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 주변에 머물면서 기온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에서 형성된 강한 고기압으로부터 가열된 공기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찜통더위’가 계속됐다. 지난 6월 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전국의 폭염일수는 19.8일로 평년값(9.3일)을 훌쩍 넘어섰다. 열대야일수는 10.2일(평년 4.8일)에 달했다.
더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기상청은 초가을까지 간다고 내다봤다. 열적 고기압이 약한 형태로 남아 있으면서 다음 달 초반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다 이후에 더위가 가실 것으로 관측했다. 기상청은 가을철(9∼11월) 날씨 예보에서 10월에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올 여름 우리나라를 비켜간 태풍은 가을철에 1개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태풍의 진로와 크기 등은 변화가 많은 만큼 단기 예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이례적 폭염 예측 못해… 초가을까지 덥다”
입력 2016-08-24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