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文 ‘제3지대’ 꿈틀… 野 정계개편 타이머 작동

입력 2016-08-24 04:42 수정 2016-08-24 11:27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눈앞에 두고 야권 개편 움직임이 휘몰아치고 있다. 여권의 친박(친박근혜)세와 야권의 친문(친문재인)세가 강화되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중간지대’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더민주 비주류 핵심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타 세력과의 연대·통합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민의당은 중도 단일 후보론을 앞세워 영토 방어에 나섰다. 이에 맞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통합론을 재점화하며 비주류 견제에 착수했다. 더민주 차기 지도부가 선출되는 8·27전당대회에 맞춰 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행동에 나서면서 야권 지형이 물밑부터 요동치고 있다.

‘비주류+호남’ 암중모색

분당 이후부터 이어져 왔던 더민주 비주류와 국민의당 호남 의원 간 통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민주 비주류는 지도부를 친문 세력이 장악하는 데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호응 의사가 적지 않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떨어지는 호남 지지율, 외부 대선주자 영입 등을 두고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황주홍 의원이 고성을 주고받았다. 황 의원은 “선배님 낡은 정치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다. 원맨쇼 그만하라”고 했고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에겐 한마디도 못하면서 내부에서만 총질한다. 너 인마 나가”라고 소리쳤다.

지난달 의총에서도 같은 논쟁이 벌어지는 등 고조되는 반발 기류를 박 비대위원장이 ‘장판교의 장비’처럼 홀로 버티는 형국이다. 야권 관계자는 “박 비대위원장이 호남세력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불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안철수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의총에 참석해달라고 공개 요구한다”며 사실상 SOS를 쳤다.

여기에 더민주 김 대표가 지난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의 공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통합 논의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월 통합 제안과 다른 점은 총선에서 잠재력을 보인 안 전 대표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안 전 대표는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사람이 힘을 합해야 한다. 양 극단이 집권하면 국민 절반만 가지고 나라를 이끌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철수, 문재인의 반격

이런 움직임에 가장 영향을 받는 건 국민의당, 특히 안 전 대표다. 국민의당은 더민주 비주류의 공세를 ‘몸집불리기’ 시도라고 본다. 주류에 힘으로 밀리니 무리하게 세를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은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탈취하는 것과 같은 약육강식 논리”라며 “패권주의로는 정권교체가 안 되기 때문에 호남이 국민의당을 살려놓은 거다. 통합하자는 건 당 문 닫자는 소리”라고 말했다.

대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입당을 제안하며 중도 단일 후보론을 내세웠다. 박 비대위원장은 “아름다운 양보로 서울시장이 된 박 시장이 이제 (국민의당에서) 아름다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이날 ‘안철수의 미래혁명’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고 지방 당 행사에도 참석해 목소리를 키우기로 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18일 안 전 대표에게 야권 통합을 제안한 것은 호남 공략 및 지지층 결집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선제적 제안으로 비주류의 통합 명분을 없애고 안 전 대표를 ‘통합 거부론자’ 틀에 가두기 위한 ‘맞불용’이란 비판도 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은 “통합 대상이 국민의당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 해석은 과민반응”이라며 “간곡한 정권교체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부산지역 언론 오찬에서 “내년 국민적 열망이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다. 저를 선택하지 않으면 (대선에) 못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