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안 하면 안내문이라도 붙여놓든가, 갑자기 원….”
23일 한 70대 남성이 서울 동작구 제이에스의원(구 서울현대의원)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진원지로 지목된 이곳은 오전부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환자들은 오전 9시가 넘어 하나둘 모였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인근 약국 관계자는 “평소 오전 8시40분쯤 문을 여는데 오늘은 C형간염 보도 때문인지 문을 닫았다. 왜 영업을 안 하는지 묻고 가는 환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헛걸음한 환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지금 위치 맞은편에 있던 중영의원 시절부터 척추나 관절 질환을 잘 보는 것으로 소문이 나 오래된 환자가 많다는 게 인근 상인과 환자들의 설명이다. 한 60대 여성 환자는 “이 동네 사람은 아니지만 관절이 안 좋을 때 ‘주사 한 방 맞으면 괜찮다’고 지인이 추천해 일부러 찾아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중영의원은 재개발로 인해 현 위치로 옮긴 후 서울현대의원으로 개명했다가 2014년 11월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다시 바꿨다. 원장 교체도 잦았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역학조사 대상 기간인 2011∼2012년 사이 원장만 3명이었다.
보건 당국이 25일부터 2011∼2012년 해당 의원 내원자 1만1306명에 대해 역학조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정확한 감염경로 규명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해당 기간 비만치료, 마늘주사 등 주사 시술이 많이 이뤄진 데다 건강보험 부당 청구 사례도 많아 경로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의원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뒤 추출한 혈소판을 다시 환자에게 주사하는 ‘PRP자가혈시술’도 시행해 이로 인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사태 때도 초기엔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이라고 판단했으나 PRP자가혈시술 과정에서의 국소마취제 오염으로 환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용 때문에 주사기를 재사용했을 가능성보다 주사기 사용 방법 등에서 잘못이 있어 주사약 자체가 오염돼 전파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병원급은 감염관리실이 있거나 감염관리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지만 개인의원의 경우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감염 관리에 대한 재교육 등 인식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관리에 대한 재교육과 홍보가 너무 절실하고 문제가 발생한 의원에 대해선 강력히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도 이날 “전공의 교육 때부터 더 철저하게 교육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주사 좋대서 일부러 왔는데…” 노인 환자들 헛걸음
입력 2016-08-24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