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최은희 납치 사건 전말 파헤친 다큐… 9월 22일 개봉 영화 ‘연인과 독재자’

입력 2016-08-24 18:43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에서 북한에 납치된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김일성(가운데)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최은희(왼쪽)가 메릴린 먼로와 함께 있는 모습, 김정일이 최은희와 독대하는 장면(위부터 시계방향). 엣나인필름 제공

1960∼70년대 톱스타 최은희는 1978년 1월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으로 떠난 신상옥 감독마저 행방이 묘연해졌다. 언론들은 ‘세기의 납치 스캔들’이라며 온갖 추측과 루머를 양산했다. 8년 후 오스트리아 빈에 나타난 두 사람은 “우리는 홍콩에서 북한으로 납치당했고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고 밝혔다.

9월 22일 개봉 예정인 ‘연인과 독재자’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신상옥·최은희 납치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국의 로스 아담과 로버트 캐넌 감독이 관련 영상을 입수하고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연출했다. 이 영화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32회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기는 했으나 극장 개봉은 한국이 처음이다.

개봉에 앞서 주요 장면 스틸이 공개됐다. 부부의 화려한 전성기부터 북한으로 납치된 후 바뀌어버린 삶, 두 사람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최은희가 우아한 전통의상을 입고 열연하는 모습,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린 먼로와 함께 미소 짓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영화에는 김정일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등장한다. 녹음테이프에는 신상옥·최은희 납치 사건의 배후가 김정일 자신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두 사람은 북한으로 납치된 후 김정일의 요청으로 북한을 위한 영화를 찍었다. 최은희는 김정일과 만날 때마다 핸드백에 녹음기를 몰래 숨겨 들어가 목숨을 걸고 녹음하기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김정일의 육성 녹음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신상옥 감독은 “남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우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진실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다”라고 밝히고 있다. 북한판 ‘타이타닉’을 꿈꿨던 영화광 김정일에 의해 감행된 두 사람의 미스터리 납치극이 ‘연인과 독재자’를 통해 36년 만에 전모를 드러내 관심을 모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