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아시아계 유권자의 표심도 중요한 변수다. 전체 유권자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경합주 승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WSJ는 2014년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선거를 관련 사례로 제시했다. 당시 민주당 마크 워너 후보가 공화당 에드 길레스피 후보와 맞붙어 0.8% 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근소한 차이는 버지니아주 유권자의 5%에 불과한 아시아계가 만들었다. 아시아계 유권자가 2대 1의 비율로 워너를 지지한 덕분이다. 이처럼 아시아계가 캐스팅보트(두 정당 득표가 비슷할 때 승패를 결정) 역할을 하는 사례가 이번 대선에서도 나올 수 있다.
현재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는 약 900만명으로 전체의 4%다. 전국적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주(州)별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아시아계 유권자가 14.9%에 달한다. 네바다주(9.0%) 뉴저지주(7.0%) 뉴욕주(6.3%)도 아시아계 비중이 큰 지역이다.
아시아계는 미국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증가하는 인종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는 최근 5년간 미국 이민자 규모에서 아시아계가 히스패닉을 제쳤고, 2065년에는 전체 이민자 숫자로도 아시아계가 히스패닉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WSJ는 “아시아계가 어엿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고 올해는 그 시작일 뿐”이라고 전했다.
아시아계는 본래 공화당과 친밀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강경한 이민 정책 탓에 아시아계의 표심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로 기우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61%가 트럼프에 비호감을 드러낸 반면 62%가 클린턴에 호감을 나타냈다. 아시아계 중에선 중국계 인구가 가장 많다. 이어 필리핀 인도 베트남 한국 순이다. 한국계 유권자는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AP통신은 1980∼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도 대선의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예측하기 어렵다. 낙태와 동성결혼, 마리화나 합법화 이슈에는 진보적이지만 경제·외교 정책과 총기소유 통제에는 보수적이다. 한국 청년의 ‘헬조선’ 푸념처럼 자조적인 경향도 있다. 지난달 리서치업체 젠포워드의 18∼30세 대상 여론조사에서 5%만이 “미국이 어느 때보다도 위대하다”고 답했다. 무려 52%가 “미국은 뒤처지고 있다”고 했고, 24%는 “미국은 실패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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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2016 미국의 선택] ‘900만 票’의 힘… 아시아계, 美대선 경합주 가른다
입력 2016-08-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