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식탁 물가’도 펄펄

입력 2016-08-24 04:51 수정 2016-08-24 17:39

계속된 폭염으로 배추가 ‘금(金) 배추’가 됐다. 사과 가격도 이달 들어서만 1만원(10㎏)가량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채소값은 이달 말부터 안정될 전망이지만 추석을 앞두고 더위가 지속될 경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정부도 성수품 중심으로 조기 대책반을 꾸려 가격·수급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초 10㎏ 도매가격 기준 1만304원이던 배추 가격이 지난 22일 1만9245원까지 올랐다. 평년 가격(8226원)의 2.3배가 수준이다. 배추뿐 아니라 상추와 시금치 등도 폭등세를 보였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특히 더위에 약한 채소류가 7월 말 이후 쉼 없이 이어진 무더위 탓에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더위는 과일과 축산, 수산물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과 도매가격은 8월 초 10㎏에 1만9703원에서 22일 2만9734원으로 1만원이나 급등했다. 더위가 계속되면서 직사광선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 과실 등이 타들어가는 ‘일소피해’가 발생한 영향이다. 농식품부는 “사과의 경우 지역에 따라 10∼30%의 일소피해가 발생했고, 기존에 가격이 낮게 형성됐던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닭, 돼지 등이 폐사하는 피해가 잇따르면서 닭고기 가격도 이달 초 ㎏당 2683원에서 지난 19일 3655원 수준까지 올랐다.

폭염 피해가 조만간 시작되는 추석 성수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진다. 수산물의 경우 주식(主食)이 아니어서 폭염 피해가 바로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선물용품이 나오는 명절 성수기에는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도 이에 대비해 비축한 수산물 8310t을 시중 가격보다 10∼30% 싸게 방출키로 했다. 농식품부도 추석 대책기간(31일∼9월 13일)에 앞서 이날부터 이준원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꾸려 채소·과일·축산·임산물 등에 대한 수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배추·무·사과·배·소고기·돼지고기·닭·계란·밤·대추 등 10대 성수품에 대해서는 추석 대책기간에 평소의 1.4배 수준으로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당장 가격이 급등한 배추에 대해서는 상시 비축 물량 2600t을 탄력적으로 공급하고 농협의 고랭지 배추 계약재배 물량 4만5000t도 활용키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더위에 민감한 작물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좀 더 이어지겠지만 다음주부터 더위가 수그러들고 추석 대책에 따른 공급이 집중적으로 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며 “사과·배 등은 평년보다 생산량도 많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