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주요 교단 정기총회를 앞두고 노회에서 제출한 헌의안들이 각 교단 총회 부서로 속속 올라오고 있다. 헌의는 보통 노회에서 신학적 문제나 교회·노회 간에 발생한 분쟁, 교회법이나 규칙 등과 관련해 상급회(총회)에 의견을 구하는 일을 말한다. 전국 노회에서 올라온 헌의안들은 교회 안팎의 이슈와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령화 그림자 곳곳에=“지금의 은퇴 목사는 노회의 언권(言權·발언권) 회원으로서 호명할 때 대답을 하는 것 빼고는 더 이상 앉아있을 이유가 없어 집으로 가야만 하는 실정인 바…은퇴 목사에게도 투표권을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충북노회는 이처럼 ‘은퇴목사의 투표권 회복’을 요청하는 내용의 헌의안을 총회 헌법위원회로 보냈다. 인구 고령화로 늘어나는 은퇴 목회자들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담긴 헌의안이다. 노회 측은 안건 제안 설명에서 “미국장로교회와 캐나다연합교회의 경우, 은퇴목사에게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발언권과 투표권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 교단 역시 피선거권은 제한하더라도 기본권인 투표권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산노회도 같은 내용의 헌의안을 제출했다.
예장통합 충주노회는 농어촌교회에 한해 목사를 제외한 항존직(장로·권사·집사)의 정년을 현재 70세에서 75∼80세로 연장해달라는 헌의안을 제출했다. 충주노회 관계자는 “농어촌교회는 젊은 성도가 점차 줄고 있고, 70세가 넘으면 항존직들이 모두 은퇴해 당회가 없어지는 교회들이 생기고 있다”면서 “행정 차질은 물론 교회 존폐와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노회 측은 세부안으로 면단위 이하 교회 중 세례교인 100명 이하인 농어촌교회에 대해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목회자 수급과 윤리문제 등 교계 현안에 대한 고민도=예장통합 경북노회는 ‘교단 산하 7개 신학대학원의 정원을 50%로 축소해 달라’는 헌의안을 제출했다. 노회 측은 “입학 정원 축소와 함께 신대원 통폐합, 커리큘럼의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예장합동의 남평양노회와 함북노회는 ‘목회자·평신도윤리강령’ 제정을 헌의했다. 예장대신의 경우, 국가안보와 관련된 결의문 채택을 호소하는 헌의안도 올라와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와 관련, 국론분열이 없어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의 결의문이다.
이 밖에 한국교회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교회연합기관의 하나 됨을 촉구하는 예장대신의 ‘한교연-한기총 통합’ 관련의 건도 주목된다.
예장통합 서울강남노회는 ‘동성애·동성결혼 대책위원회 설치건’ ‘성적 지향(동성애) 차별금지 조항 삭제 운동 동참’ 요청 등 동성애 폐해 예방 및 대책을 위한 헌의안도 제출했다.
◇세태 반영하는 이색 헌의안들=예장통합 강원동노회는 요가에 대한 총회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헌의안을 냈다. 동노회 측은 제안설명에서 “요가가 정서 안정,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심수련방법이라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편에선 요가가 힌두교의 선교전략이요, 뉴에이지 운동이라며 기독교인은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인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총회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노회는 마술에 대한 헌의안도 제출했다. 성경은 마술을 금하고 있는데도 교회 행사 때 마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대한 총회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글=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은퇴목사도 노회 투표권… 농어촌교회 항존직 정년 연장을”
입력 2016-08-23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