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세에 눌려 새누리‘禹 문제’ 외면 모드

입력 2016-08-24 00:09
새누리당에서 우병우 민정수석 자진 사퇴 목소리가 움츠러들고 있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 기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아직도 청와대 눈치 보는 버릇을 못 고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우병우 살리기’에 몸을 던진 모양새다. 친박 의원들은 녹음 테이프를 트는 것처럼 “의혹만으로 어떻게 민정수석을 경질하느냐”는 말만 반복한다. 우 수석 거취 문제의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새누리당 의원총회도 맥없이 끝났다. 지도부는 우병우의 ‘우’자도 꺼내기를 꺼려하는 눈치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가 무력감에 빠진 것도 원인이다. 한 의원은 23일 “청와대가 그럴 생각이 없는데, 백날 ‘우 수석은 자진사퇴하라’고 떠들어봤자 뭐 하겠는가”라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다른 비주류 중진의원은 “우 수석 개인의 문제를 국정 혼란으로 키운 청와대의 행위야말로 국기문란”이라면서도 “아무리 말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라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의욕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도부 간 이견도 새누리당의 어정쩡한 스탠스에 영향을 미쳤다. 이정현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자진사퇴에 부정적인 입장이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의원은 “이 대표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고, 정 원내대표가 섣불리 자기 입장을 피력한 것도 잘못”이라며 “우 수석 문제를 풀어야 할 지도부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짐만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내부적으로 헤매고 있으니 야당의 공세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특검과 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 등을 요구하며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불길이 어떻게 번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두 개의 분수령이 변수다.

우선, 현직 민정수석이 계급장을 떼지 않고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현직 민정수석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수사 공정성에도 의문이 일 수 있다.

또 청와대를 대상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도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우 수석의 운영위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운영위가 개최될 수밖에 없다. 우 수석이 운영위 출석을 거부할 경우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 수석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청와대의 강경 기조에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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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