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X세리머니’ 릴레사 고국 돌아가도 될까

입력 2016-08-24 00:27

눈앞에 놓인 부와 명예 대신 ‘반정부 세리머니’를 택한 메달리스트는 무사히 가족 품에 안길 수 있을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에티오피아 마라토너 페이샤 릴레사(26·사진)를 향한 지구촌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릴레사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릴레사 망명자금 모금은 현재진행형이다.

릴레사는 리우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9분54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환호성을 내지르는 대신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두 팔을 엇갈려 ‘X’자를 만들었다. 그는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에티오피아 정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 출신이다. 이곳은 정치적 소외에 따른 박탈감과 정부의 토지 침탈이 겹치면서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군의 유혈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11월부터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400명 넘는 시위대를 사살했다고 전했다.

릴레사는 귀국하면 죽거나 수감될 수 있다며 망명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게타츄 레다 에티오피아 정부 대변인은 “릴레사는 에티오피아의 영웅”이라며 “정치적 의사표시에 따른 처벌은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릴레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단 아군은 많다. 크라우드펀딩 개설 이틀 만에 8만 달러(약 8900만원) 넘는 후원금이 모였고, 법률 자문팀도 준비되고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