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계약 취소된 반잠수식 시추선 선수금 반환키로

입력 2016-08-23 18:51 수정 2016-08-23 21:29
현대중공업이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선수금을 반환키로 했다. 대신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해양플랜트 수요가 저조한 상황에서 건조대금을 충분히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의 자회사 볼스타 돌핀이 발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프로젝트를 둘러싼 갈등을 마무리하고 선수금 1억7600만 달러(약 1982억원)를 돌려주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5월 볼스타 돌핀으로부터 6억2000만 달러 규모의 시추선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초 이 시추선은 지난해 3월 인도 예정이었으나 공정이 길어지면서 인도 시기가 늦어졌다. 현대중공업은 프레드 올센 에너지가 기본 설계를 무리하게 변경하는 등 공정을 방해해 인도가 지연됐다며 지난해 10월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했다. 추가 공사대금 1억6700만 달러를 지급하고, 공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프레드 올센 에너지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7일 인도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동시에 선수금 1억8600만 달러와 이에 대한 이자 반환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다시 5억19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로 맞섰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이자 없이 1억7600만 달러만 반환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주사에 되돌려줄 선수금은 중재가 시작된 지난해 3분기 실적에 이미 반영해 새로운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발주처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시추선을 다른 업체에 팔거나 빌려주는 방식으로 건조 대금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저유가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처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조선 대형 3사도 해양플랜트를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각이 이뤄진다 해도 당초 계약한 금액만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