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설움] 81% “난 흙수저나 동수저”…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

입력 2016-08-24 00:02

“대기업 다니는 지인들을 보면 복지혜택이나 근무여건, 급여가 비교돼 많이 움츠러들게 됩니다.”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연봉 2500만원을 받고 있는 김성수(가명·29)씨는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약 20일간 출장 다니고 쉬는 날도 하루 이틀에 불과한 격무에 시달려도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나 복지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80% 이상은 김씨처럼 자신과 자녀들을 흙수저나 동수저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대기업 근로자들에 대해선 혜택받은 계층으로 바라보는 등 차별의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3일 중소기업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대기업 노조 파업과 임금격차에 대한 중소기업 근로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본인 또는 자녀를 ‘동수저’나 ‘흙수저’로 인식하는 비율이 81.2%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대기업 근로자나 자녀를 금수저(44.2%)나 은수저(34.2%)로 인식하는 등 대기업 근로자와 자신의 신분격차가 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89.2%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노력에 따른 계층 이동에 대해서도 절반인 50.0%가 ‘가능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노동자의 61.4%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파업이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74.2%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이 일자리나 협력업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 초년생이 중소기업으로 취업한 경우 임금 격차뿐 아니라 결혼, 대출 양상 등도 달라진다”며 “중소기업 근로자일수록 이런 부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글=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