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주류와 비주류가 반목하지않고 짝을 이뤄 함께 가야”

입력 2016-08-23 20:05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창조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게 중요합니다.”

EBS 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출신 영화감독 트린 T 민하(사진) 감독의 말이다. 트린 민하 감독은 2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작을 심사할 때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창조적으로 주제를 이끌어냈는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수사학·여성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탈식민주의 여성 영화를 주로 다뤄온 트린 민하 감독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서구 정치는 중앙집중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하나의 힘이 아니라 두 개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게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라며 “남성과 여성, 주류와 비주류가 반목하는 게 아니라 짝을 이뤄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지난해 발표한 영화 ‘베트남 잊기’에도 반영됐다. ‘베트남 잊기’는 베트남전을 다룬 다큐영화다. 이 작품은 베트남 고대 신화와 관련 깊은 영상으로 시작된다. 1995년 촬영한 영상과 2012년 영상이 교차 편집돼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실상은 제작비가 부족해 끝을 내지 못했던 95년 작품이 2012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트린 민하 감독은 “아날로그 영상과 디지털 영상을 함께 담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베트남이 가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준이 높고 낮은 기술력의 혼재가 베트남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제3세계의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금 알게 됐다”고 말했다. EIDF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