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의 A농산은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7일까지 곰팡이가 핀 감자를 친환경 감자와 섞어 ‘무농약 유기농’ 감자로 둔갑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량 감자’ 3200㎏은 수도권 초·중·고교 50곳의 급식에 사용됐다. 감자와 무 등 식재료는 대장균 검사를 받지 않은 지하수로 세척했고 비위생적인 창고 바닥에서 껍질을 벗겼다. 이런 작업은 장티푸스, 결핵 등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12명이 했다. 식품처리 종사자는 1년에 1회, 학교급식 종사자라면 반기에 1회 감염병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 강서구의 소독업체 B사는 식재료를 운반하는 차량과 보관 창고를 소독한 것처럼 속였다. 2014년 말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식재료 공급 업체에 건당 1만∼1만5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허위 소독증명서를 발급해줬다. 식재료 차량 한 대를 실제로 소독하려면 5만원 정도 든다. 작업장과 운반차량은 매일 소독하도록 돼 있다. 소독 업체와 식재료 공급 업체가 짬짜미가 돼 소독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B사로부터 허위 증명서를 받은 38개 업체는 서울과 경기도의 320개교에 48억원어치의 급식 식재료를 납품했다. 제주도의 육가공 업체 C사는 작업장과 운반차량 소독을 지난 2년간 3회만 했다. 이 업체는 제주도 105개 학교에 23억원어치 식재료를 납품했다.
학교 급식이 비위생적이고 질이 떨어지는 이유가 있었다. 정부가 학교급식 실태를 점검해 보니 생산에서 유통, 소비까지 모든 과정에서 비리와 법령 위반이 횡행했다. 정부는 23일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생산·유통 단계에서 202건, 소비 단계에서 475건 등 677건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식재료 위생관리 분야에서 68건이 적발됐다. 절단·세척 등 식재료 처리 과정에서 위생이 불량했거나 작업장과 운반 차량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았다. 작업자들이 감염병 검사를 받지 않은 업체들도 적발됐다.
일반 농산물을 친환경으로, 일반 축산물을 무항생제 제품으로 속여 부당 이득을 챙긴 업체도 있었다. 충남지역 46개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D축산은 냉동 돼지고기를 녹인 뒤 냉장육으로 속여 팔았다. 냉장육이 냉동육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E축협도 2014년부터 최근까지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포장해 서울지역 156개 학교에 공급했다.
조직적인 입찰 비리도 16건 나왔다. 광주광역시의 F유통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가족 명의로 페이퍼컴퍼니 10개를 차렸다. 이 페이퍼컴퍼니들은 학교급식 전자조달 입찰에 참여해 72개 학교에서 86억원어치 계약을 따냈다. 입찰 담합은 경기도와 충북이 5건씩이었고 대구 3건, 서울·인천·광주 1건씩이었다.
학생 먹거리를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은 업체와 유착돼 있었다. 특정 업체의 식재료를 사주고 상품권·선물세트·캐시백 포인트 등을 받았다. 동원·대상·CJ프레시웨이·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등 대형 업체 4곳이 연루됐다. 이 업체들은 전국 3000여 학교 영양사들에게 16억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식용유 18ℓ짜리 1통을 사면 캐시백 포인트를 주거나, 자사 제품에 붙은 스티커 30장을 모으면 선물세트나 상품권을 줬다.
정부 관계자는 “불량 업체를 학교급식 입찰에서 제외하고 영양교사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는 식단 작성·변경, 식재료 주문 등에 학교 책임자의 결재 절차를 도입하는 등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글=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곰팡이 핀 감자→‘무농약 유기농’ 둔갑… 식재료 운반 차량·창고 소독도 허위로
입력 2016-08-23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