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전례 없는 ‘골든 슬램’을 달성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인비(28)의 옆에는 조용히 뒤를 밟는 한 남자가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에도 그림자처럼 딱 붙어 박인비를 지켰던 남편 남기협(35) 스윙코치였다.
박인비는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남편을 표현했다. 그리곤 “내 (지금의) 자신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성장하게 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또 “그 사람이 있어서 내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박인비와 남 코치는 심각한 슬럼프와 시련을 겪을 때 만나 처음엔 스윙코치와 제자 선수 사이로,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으로, 이제는 부부의 인연으로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사이가 됐다.
프로골퍼 출신인 남 코치는 박인비의 스윙 자세 교정에 공을 들였다. 덕분에 박인비는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메이저대회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둘은 2013년 결혼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어려웠다. 박인비는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한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할지 의문이었다. 남 코치는 그럴수록 아내를 더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이들 부부는 리우 현지에 마련된 숙소 옥상에서 둘만의 특별 훈련을 가졌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남 코치는 여느 때처럼 검은색 골프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짐이 가득 실린 카트를 밀며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박인비가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조용히 뒤를 돌아 나갔다. 그런데 장인 장모가 그를 알아봤다. 장모 김성자씨가 “우리 사위 고생했다”며 딸 박인비보다 더 챙겼다. 장인 박건규씨는 얼른 공항 안 카페로 뛰어가 음료수를 사와 남 코치에게 건넸다. 박건규씨는 사위의 입에 빨대를 물리며 “목마르지, 어서 마시게”를 연발했다. 남 코치는 “(일부러) 귀국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왔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네요”라는 짧은 한마디만 남겼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박인비 “남편이 있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입력 2016-08-24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