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량식품에 집단식중독…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학교급식

입력 2016-08-23 18:56
학교급식의 부실과 비리가 또 드러났다. 곰팡이 슨 감자, 유통기한이 156일이나 지난 쇠고기가 아이들 식탁에 올랐다. 정부가 합동점검을 벌여 677건 불량·부실 급식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23일 전국 중·고교에서는 집단 식중독 환자가 잇따랐다. 폭염 속에 개학한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복통을 일으킨 학생이 700명이나 된다. 방역 당국은 내부 온도가 50도 이상 치솟는 조리실에서 상한 음식을 급식에 사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쯤 되면 학교급식은 총체적 난국이라 표현해야 맞다. 고질적인 불량식품 병폐에 먹거리 안전불감증까지 겹쳤다. 모두 어른들이 벌인 일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서울 충암고 급식비리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쓰다 남은 시커먼 기름으로 조리해 아이들을 먹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후 50여개교를 감사해 위생·안전 등 181건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번엔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식재료 업체 2415곳, 초·중·고교 274곳을 조사해 위생관리 187건, 품질위반 118건 등 677건을 찾아냈다. 급식 비리는 전국에 만연해 있었다. 4대 악(惡)의 하나로 불량식품 척결을 외쳐온 정부는 4년이 다 되도록 등잔 밑을 살피지 못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먹는 게 불량식품이었다.

집단 식중독은 폭염이 아니라 무관심 탓이다. 이런 더위에 등교시키려면 당연히 조리실 환경과 위생부터 살폈어야 한다. 정부 합동점검에서 3000여개교 영양교사 등이 4대 급식업체로부터 16억원대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건강이 가장 우선돼야 할 학교급식에 거래와 이권이 끼어들었다. 교육계의 양심은 어디로 갔나. 내가 먹는 음식에는 안전을 따지고 남이 먹을 음식에는 탐욕이 앞서는 행태가 아이들의 식탁을 망쳐버렸다.

당장 급한 것은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학교급식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각 교육청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철저한 현장점검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 정부는 여러 개선책을 발표했다. 늘 그렇듯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 하나만 확실히 하라. 급식의 예산, 집행, 거래내역, 위생점검 등 전 과정을 모든 학교가 투명하게 공개토록 해야 한다. 교육청 교육단체 학부모 학생 등 감시의 눈길은 많다. 투명성을 강제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