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사면으로 ‘오너 공백’에서 벗어난 CJ그룹이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등 다시 뛰고 있다. 최근 크고 작은 인수전에서 잇따라 실패했던 CJ그룹이 이 회장 복귀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메타볼릭스’와 생명공학 관련 연구시설과 설비, 지적재산권 등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의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메타볼릭스는 산업용 미생물과 바이오 플라스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예상 인수금액은 1000만 달러(약 112억원)이며 최종 계약은 9월 중순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메타볼릭스 인수를 통해 바이오 사업에서 글로벌 연구·개발(R&D)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연구시설을 거점으로 삼고 현지 고급 연구인력과 네트워크 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건강상 이유로 경영에는 곧바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복귀한 만큼 향후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크고 작은 M&A를 진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티몬과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등의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가 본입찰에 불참했다. 특히 CJ그룹은 크게 눈독 들였던 최대 렌털업체 코웨이 인수전에서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과 컨소시엄을 맺고 추진했으나 본입찰은 포기했다. CJ그룹은 인수전 불참 이유로 3조원에 달하는 ‘높은 매각금액’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차 본입찰 당시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보름여 앞둔 시기여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최종 책임을 질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이 회장 구속 직전 1조8323억원이던 M&A 투자 규모는 지난해 1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CJ그룹은 한국맥도날드,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어 매각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다. 한국맥도날드의 경우 CJ그룹이 인수하면 글로벌 외식사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외식기업 인수를 통해 경영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미국맥도날드가 매각가로 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회장이 사면된 만큼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셈이다. CJ그룹은 동양매직 역시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렌털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의사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공격적인 M&A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업무에 임하는 임직원들의 사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이 호전돼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美벤처 인수 ‘신호탄’… 오너 돌아온 CJ 다시 뛴다
입력 2016-08-24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