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한’ 두 사람만 남았다

입력 2016-08-24 00:05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2번 타자 김현수가 지난 5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솔로홈런을 친 뒤 공의 궤적을 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원정경기에서 9회 구원 등판해 무실점으로 12세이브를 수확한 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AP뉴시스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줄줄이 낙오했다. 8명 중 생존자는 2명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얘기다.

올 시즌 한국 야구는 1994년 박찬호(43)의 LA 다저스 입단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29·LA 다저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먼저 터놓은 길을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뒤따라 밟았고, 마이너리그에 있던 최지만(25·LA 에인절스)까지 합류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폐막을 40여일 앞둔 23일 현재 6명이 부상과 부진으로 빅리그에서 이탈했다. 생존자는 오승환과 김현수뿐이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묵묵하지만 일정하게 기량과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여름의 고비를 넘겼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시즌 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의 공백을 완벽하게 채우면서 사실상 내셔널리그 최고 마무리투수 자리에 등극했다. 시속 169㎞ 강속구의 아롤디스 채프먼(시카고 컵스)보다도 더 낫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61경기에 등판해 3승2패 1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이 13차례 맡긴 마무리 등판에서 패전은 단 1차례뿐이었다.

MLB닷컴은 오승환을 포스트시즌의 키플레이어로 지목하고 “코리 시거, 트레버 스토리, 알레드미스 디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면 리그 신인왕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수의 경우 볼티모어 오리올스 안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0.397)을 기록하며 선발 2번 타자 겸 좌익수를 안전하게 확보했다. 지금까지 227타수 72안타(4홈런)으로 3할대 타율(0.317)을 유지하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를 4대 3으로 격파한 이날 홈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특유의 선구안으로 한 차례 볼넷을 골라 높은 출루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나머지 6명의 선수는 상황이 다르다. 박병호는 엎친데 덮쳤다. 오른쪽 손목 수술을 받고 마이너리그에서 데뷔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불거졌다. 미네소타주 지역매체 트윈시티닷컴 파이오니어 프레스는 “박병호의 손목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팀 로체스터 레드윙스에서 재기를 노렸던 박병호는 손목 통증으로 16일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 지난 2월 미네소타 스프링캠프로 합류할 때부터 손목 통증을 안고 있었다. 다음달 6일 폐막하는 트리플A 일정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로 복귀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추신수와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추신수는 지난 16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홈경기에서 투구에 왼팔을 맞고 골절상을 입었다. 이미 종아리 햄스트링 허리를 한 차례씩 다쳤던 추신수는 올 시즌 4번째로 DL에 올랐다. 시즌 아웃 가능성이 높다. 2014년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7년간 총액 1억3000만 달러(1450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두 시즌 만에 빈번한 부상으로 ‘먹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류현진은 지난달 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원정경기에서 복귀하고 팔꿈치 통증을 느껴 DL에 오른 상태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19일 “류현진이 올 시즌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며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강정호도 DL에 합류했다. 지난 20일 마이애미 말린스 홈경기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진입을 시도하다 왼쪽 어깨를 다쳤다. 예상 회복기간은 2∼4주. 성폭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뒤 한동안 잠잠했던 타격감이 최근 1주일 사이에 살아났지만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대호와 최지만은 시즌 중후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 이대호는 시즌 후반기 20경기에서 1홈런 4타점 타율 0.109의 급격한 부진에 시달렸다. 다만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 타코마 레이너스로 옮기고 이틀 만인 지난 22일 홈런을 때리면서 메이저리그 승격의 가능성을 열었다. 같은 날 최지만은 LA 에인절스로부터 두 번째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