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단인 전남 해남에도 학교 안에서 기도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교 안 기도모임을 응원하는 국민일보가 오늘은 해남공고 2학년 송효량(18·해남 양무리교회)군을 소개해 드립니다.
효량이는 지난 3월 한 학년 선배와 함께 학교에 기도모임 ‘주몽’을 만들었습니다. 한자로 주인 주(主)에 꿈 몽(夢), ‘주님을 꿈꾸다’라는 뜻입니다. 효량씨와 함께 해남 양무리교회(김대길 목사)에 다니는 형이 인근 해남고에 1년 전 기도모임을 세웠는데 그 모습을 보고 도전을 받았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함께 기도할 친구를 모집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첫 모임엔 8명이 참여했습니다.
한 달쯤 뒤 함께 기도할 친구를 더 모으기 위해 학교 게시판에 전단지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다시 가보니 전단지가 심하게 찢어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찢은 겁니다. 좌절했고, 기도모임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교회 집사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효량아, 기도모임을 하고 안하고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란다. 하나님께서 네게 그런 마음을 주셨다면 꼭 해야 하는 거야.” 그 뒤 매주 함께 기도하는 친구들이 늘어서 4개월 정도 지난 지금은 기도모임 학생이 50명이나 됩니다.
기도모임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음악실에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처음엔 한 주 동안 말씀 묵상했던 내용을 나누거나 기독교 관련 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얼마 뒤 한 친구가 해남 새롬교회에서 사역하는 이호군 목사에게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이 목사는 학교에서 기도하는 아이들이 기특했는지 매주 기도모임에 참석해 설교를 해주신답니다.
아이들은 SNS세대답게 페이스북에 그룹을 개설해 매일 성경말씀을 하나씩 올려 묵상합니다. 카카오톡 단체방을 이용해 기도제목을 공유하고 틈 날 때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해 줍니다. 효량이는 가정형편이 썩 좋지 않아 기자가 전화를 걸었던 날에도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저녁 늦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기도생활을 이어가려는 효량이의 마음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효량이는 얼마 전 참여했던 교회 성경학교에서 이렇게 기도했답니다. “십자가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제가 되게 해주세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등에 짊어지고 갈보리산을 오르신 게 헛되지 않도록 저도 세상에 끌려가지 않을게요. 세상 속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길 원합니다.”
기도제목을 물어봤더니 학교 안에서 기도하는 아이들을 축복해 달랍니다. 같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을 예배하는 ‘스쿨처치’를 축복하시고, 인도하여 주소서.”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학교 안 교회’를 세워라] SNS 통해 묵상·기도제목 공유… “날마다 주님을 꿈꿉니다”
입력 2016-08-23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