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사람 노릇

입력 2016-08-23 18:58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거나 ‘돈이 양반이다’라는 속담을 보면 돈의 위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작가는 물욕과 관련된 도덕성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느냐에 따라 늙어서 난초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썩은 생선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세상이 배금주의에 절어 있어 돈 없이 사람 노릇 하기가 쉽지 않으니, 돈을 사랑함이 악의 뿌리가 된다는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을 늘 잊고 살게 한다.

요즘 세상에서 사람 노릇이 힘든 또 다른 이유는 큰 변화 없이 관습과 규칙으로 운영되던 사회가 점점 더 급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만 균형 잡힌 답을 얻지 못한 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출렁이고 일렁이며 우왕좌왕 방황하다 부딪히고 깨지기도 하며 조금씩 깨달아 가고 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더 배웠어도, 조금 더 가졌어도 사람 노릇 힘들다는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힘들지 않은 세대가 있을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청년·직장인·가장·주부·노인 모두 사람 노릇 쉽지 않다고 한다. 알고 보면 잉태의 순간 이전에 이미 장애물을 거뜬히 뛰어넘어야만 생물학적 인간이 될 수 있었으니 사람 노릇은 진작부터 어려웠던 것이고, 아가가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 느끼는 고통은 산모가 느끼는 고통의 10배쯤 된다고 하니 신생아 또한 난관을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힘든 세상에서 그래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충분히 구원의 요람일 수 있는 사랑이 삶의 기초와 토대가 되어 세상에서 각자 사랑해야 할 몫을 품어야 할 것 같다. 사랑 안에서 사는 사람은 늘 샘이 솟아 그 마음이 지치지도 고갈되지도 않으니 세상 끝날 때도 변질되지 않을 그 마음만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의 프로그램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도록 완성되었으므로 사랑의 마음을 품지 않고서는 나조차 행복해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글=김세원 (에세이스트),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