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곽금주] 메달리스트, 환희의 눈물

입력 2016-08-23 18:58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끝났다. 당초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기록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또한 장혜진이 메달을 걸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폐막식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나오기도 했다. 사격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도 금메달을 따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닦았다. 태권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와 오혜리 또한 눈물을 흘렸다. 특히 눈물을 닦는 오혜리에게 관중은 “혜리야 울지마! 혜리야 웃어라!”를 외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게 될 때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다. 연구자들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녹화했다. 먼저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자신이 어떻게 경기를 끝냈는지 알고 나서의 즉각적인 반응을 녹화했다. 두 번째로는 동메달과 은메달리스트들이 시상식에 서 있는 모습을 녹화해서 얼굴 부분만 크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기쁜 정도를 1점에서 10점까지 체크하게 했다.

그 결과 동메달리스트들이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기쁜 모습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게임에서 이긴 직후 즉각적인 반응을 알아봤을 때는 동메달리스트들의 평균적인 기쁨 정도는 7점이었던 반면에 은메달리스트들은 4점이었다. 선수들이 시상대에 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도 동메달리스트들은 6점이었지만 은메달리스트들은 4점에 불과했다. 결과를 알았을 때의 즉각적인 반응뿐 아니라 시상대에서의 반응 또한 동메달리스트들이 은메달리스트들보다 더 기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메달을 받지 못한 게 속상해서 기쁘지 않은 걸까. 그런데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들은 기뻐하기보다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승리를 가지게 된 기쁜 환희의 순간에 왜 눈물을 흘리는가. 그 한 예로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싫은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닐까, 또는 부모님 곁을 떠나게 돼 슬퍼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은 여러 힘든 순간을 지나 이제 드디어 결혼하게 된다는 기쁨에 벅차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기쁘고 즐거운 순간 우리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렇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될 때 도리어 반대되는 부정적 신체 반응이 나타난다. 바로 몸으로 하여금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고 강한 감정에서 빠르게 회복되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환희의 눈물’은 강한 기쁨의 감정에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 그 눈물의 균형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오묘한 이치다.

사람의 뇌가 쾌락을 느끼게 하는 것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등과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시스템을 자극하는 쾌감은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환희와는 다른 것이다.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아니다. 내가 원했던 것을 힘들게 노력해 이뤄낸 순간 그 절정의 상태에서 느끼게 되는 환희란 화학물질로 만들어지는 감정과 다르다. 자연스러운 환희의 감정은 너무 격한 것이어서 눈물이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이런 환희의 경험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있는 힘을 다해 힘들게 성취한 후 가질 수 있는 환희의 경험 말이다. 경기에서 환희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메달리스트들, 그들의 지난 힘든 노력의 과정에 주어지는 메달이다. 그런 힘든 노력 끝에 성취한 것만이 눈물을 가진 진정한 환희이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