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식사자리에서 ‘우병우’라는 이름이 자취를 감췄다. 마치 금기어라도 된 모양새다. 이정현 대표는 22일 점심에는 새누리당 전당대회 낙선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저녁에는 비공개로 신임 최고위원들과 만찬도 했다.
하지만 정국 최대 현안인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문제는 테이블에 전혀 오르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모임 후 모두 입을 모아 “별 얘기 없었다. 근황 얘기만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당대표와 만났는데도 우 수석 문제를 꺼내지도 못하니 마치 벙어리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언급 자체를 꺼리고, 비주류는 논쟁만 불붙을까 봐 염려하는 당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만찬에 대해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니 그냥 밥 한 끼 하자는 취지였다”며 “진짜 별 게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만찬 자리에서 건배사로 정권 재창출을 다짐하는 취지로 ‘한 번 더’를 선창했을 뿐 현안은 꺼내지도 않았다고 한다.
앞서 오후 이 대표가 전대 낙선자와 함께한 오찬에서도 각자의 신변잡기 이야기만 오갔다. 그나마 현안으로 다음 달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얘기가 잠시 등장했다고 한다. 정용기 의원은 “아무런 형식도 없이 중구난방 떠들고 그냥 밥만 먹었다. 의미 있는 얘기는 없었다”며 “참석자들이 이심전심으로 ‘(우 수석 문제를) 굳이 뭐하러 이야기 하느냐’는 분위기여서 얘기가 겉돌았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은 “듣지를 않는데 말을 하면 뭐하느냐”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요새 분위기가 그렇다. 그럴 줄 몰랐느냐”며 “이걸 화제에도 못 올리는 게 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이종선 기자 imung@kmib.co.kr
최대 현안 ‘우병우’, 與선 금기어?
입력 2016-08-23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