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타이어3社 ‘유통망 가격통제’ 갑질 정조준

입력 2016-08-23 04:09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금호·넥센 등 타이어 3사에 대해 인터넷 업체와 대리점의 가격 결정이나 판매에 부당하게 개입한 단서를 포착하고 직권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시장점유율 90%인 과점 시장구조를 악용해 타이어 원재료 가격이 급락했는데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어 3사 모두 가격 통제 혐의

22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시장감시국 시장감시총괄과는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금호타이어 본사와 방배동 넥센타이어 서울사무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두 회사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리점인 타이어프로(금호)와 타이어테크(넥센)보다 싸게 파는 인터넷 업체에 일정가격 이하로 타이어를 팔지 못하게 강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반대로 자사 대리점에는 인터넷 업체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것을 유도했다. 공정거래법상 제품 가격 결정권은 최종 유통업체에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일정가격 이하(또는 이상)로는 팔지 말라”고 강제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위법행위다.

특히 타이어는 제조회사 간 차별성이 크지 않아 품질, 브랜드 등 비가격적 수단보다는 가격이 주된 경쟁수단이다. 제조사가 가격에 개입하면 유통업체 간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는 더 싼 가격에 타이어를 살 기회를 잃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이와 별도로 티스테이션 대리점에 판매 목표량을 부과하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리점 가격을 통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거래상 지위남용행위 중 판매목표강제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 “잡을 건 잡는다” 조사 배경

공정위는 타이어 업체들이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이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이들 3사는 2010∼2011년 천연고무 원재료가 30∼40% 올랐을 당시 제품 가격을 평균 16.9% 인상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4년간 원재료 가격이 최대 58.6%(천연고무)까지 떨어졌지만 평균가격은 6.3% 하락하는 데 그쳤다. B2B(기업 간 거래) 거래를 제외하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교체용 타이어 가격은 변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공정위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심사지침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지침을 개정했고, 소비자단체는 담합 소지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타이어업체 직권조사는 지난 6월 말 지침이 개정된 이후 처음 적용되는 조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법 위반이 되지 않으려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제조사가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언제든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