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10일 천하’?… 禹 문제로 헤게모니에 균열

입력 2016-08-23 00:31

8·9전당대회 압승으로 굳건할 것 같았던 ‘친박(친박근혜) 헤게모니’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대 패배로 구심점을 잃고 숨죽이던 비주류는 민심을 등에 업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친박계 ‘개선장군’ 격인 지도부는 침묵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속만 삭이고 있다. 강성 의원 몇몇만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누설 의혹을 맹비난하며 청와대 지원사격에 나섰을 뿐이다. 친박과 비주류 공수가 뒤바뀐 셈이다. 친정체제 구축으로 권력누수를 막고 박근혜정부 국정동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친박계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열흘 뒤도 예측할 수 없는 게 당내 권력 판도”라고 평가했다. 이정현 체제 출범(9일)부터 이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수사 의뢰(18일)까지 불과 열흘도 채 걸리지 않았던 점을 꼬집은 말이다. 비박(비박근혜)계는 8·16개각에 대한 여론 비판이 거셀 때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우 수석 사태가 커지자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 수석 사태에 대한 곤혹스러운 분위기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의총에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한 대야 공세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질의응답만 반복하다 끝났다. 대부분 우 수석 문제는 애써 외면하는 모양새였다.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정종섭 의원이 “이번 수사 의뢰는 감찰 대상과 시기, 고발 수위 등 특별감찰관법의 감찰 기준에 합당치 못한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게 전부라고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씨 성을 가진 사람 얘기는 안 나왔다”고 했다.

반면 장외에선 전대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분열’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청와대와 국민들 사이 의견 차가 크다. 청와대는 ‘죄가 없는 사람이다. 억울하다’고 하는데, 언론과 국민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직무정지라도 필요하다. (민정수석 신분으로 검찰에 나오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합당치 않다. 거취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그냥 신문에 (의혹이) 났으니 무조건 옷 벗고 내려오라고 한다면 정치인 중 당장 자리에서 물러날 사람 많다. 의혹이 아니라면 해당 언론사가 전부 폐업할 것이냐”라며 “정권 흔들기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당 수장인 이정현 대표는 우 수석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마이웨이’만 계속했다. 그는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날 최고위 회의도 평소보다 1시간30분 앞당긴 오전 7시30분 도시락 오찬 회의로 진행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정책위서 준비해 온 41개 안건을 중심으로 회의했다. ‘우’자도 나온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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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