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드라마에는 ‘구멍’이 거의 없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노련한 연출이 두루 갖춰진 드라마에는 주·조연은 물론 엑스트라까지 탄탄한 연기를 보여주는 일이 많다. 주연 배우는 물론 신스틸러(Scene Stealer·주연 이상으로 주목받는 조연)의 활약으로 극의 몰입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등 주연배우들의 활약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 ‘굿와이프’(tvN)에는 신스틸러들이 대거 등장한다. 까칠하고 냉정하지만 합리적인 판사 이종인으로 나오고 있는 최병모,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적극 활용하며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손동욱으로 출연 중인 유재명 등이다.
앞서 ‘또 오해영’(tvN)에서 자유분방한 정신과 의사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최병모는 ‘굿와이프’에서 실제 있을 법한 판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대사나 분량이 많지 않지만 표정만으로 온갖 감정 변화를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을 몰입케 한다. 히트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해 ‘대세 신스틸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응답하라 1988’(tvN)에서 학생주임이자 동룡이 아버지로 나온 유재명은 이번엔 장애인 변호사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뇌성마비 환자의 불편한 걸음걸이, 틱장애로 보이는 표정 등을 연기 같지 않게 연기해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로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W’(MBC)에 오성무 작가의 문하생 수봉이로 나오는 이시언의 연기도 주목받고 있다. 이시언은 독특한 캐릭터의 여성 만화가 문하생이 된 뒤 치마를 입고 만화를 그리는 모습, 웹툰 캐릭터에 푹 빠져 있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극 중 ‘코믹’을 담당하고 있다.
주연급 배우들의 특별출연도 늘고 있다. 의학드라마 ‘닥터스’(SBS)에는 환자나 보호자로 특급 카메오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영애, 이기우, 한혜진, 조달환, 남궁민, 이상엽 등이 비중 있는 역할로 특별출연하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닥터스’에서 가장 화제가 된 카메오는 남궁민이다. 남궁민은 뇌에 문제가 있는 두 아들의 아빠로 등장해 병원비 때문에 고뇌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무려 3회에 걸쳐 출연하면서 주연급 활약을 펼쳤다. 한편으로는 ‘닥터스’의 화려한 카메오 때문에 주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짧지만 강렬한 효과를 주는 특별출연도 있었다. ‘태양의 후예’(KBS)에는 유아인이 2대8 가르마를 하고 이름표에 본명인 엄홍식을 새긴 은행원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같은 소속사에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송혜교와 대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길지 않았지만 두고두고 회자됐다.
지난 2월 종영한 ‘내 딸 금사월’(MBC)에는 개그맨 유재석이 1인 3역으로 출연해 재미를 주기도 했다. 유재석의 ‘내 딸 금사월’ 출연은 ‘무한도전’(MBC)에서 멤버들의 시간 경매 미션으로 선정되면서 성사됐다. 유재석은 이상한 화가, 비서, 톱스타 유재석 등 1인 3역을 소화하며 크게 화제를 모았다.
최근 종영한 ‘38사기동대’(OCN)에는 주연배우 마동석이 마지막 장면에 1인2역으로 특별출연했다. ‘38사기동대’에서 소심하지만 정의로운 공무원 백성일로 나왔던 마동석은 마지막 장면에서 드라마 ‘나쁜녀석들’(OCN) 캐릭터인 조폭 박웅철로 등장해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한 드라마 PD는 “인기 스타나 연기파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극의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카메오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더러 출연 자체만 부각돼 ‘카메오 좋은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조연인데 주연급 존재감 ‘특급 신스틸러’ 떴다
입력 2016-08-23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