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정부 지분 4∼8%씩 쪼개서 매각한다

입력 2016-08-23 04:46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30%를 투자자 1인당 4∼8%씩 쪼개 파는 방식으로 민영화에 재차 시동을 걸었다. 연내 지분 매각에 성공할 경우 ‘4전 5기’ 끝에 우리은행은 사실상 민영화 단계에 들어선다. 다만 정부가 경영권 매각 대신 현실론을 택하면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 훼손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22일 제125차 회의를 열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를 쪼개 파는 과점(寡占)주주 매각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창현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성사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경영권 매각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과 신속한 민영화가 금융산업 발전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도 이뤄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공자위는 지분 4% 이상을 낙찰 받는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1인 추천권을 주기로 했다. 낙찰 기준은 입찰가격 순(희망수량경쟁입찰)으로 정하되 금융산업 발전 기여도 등의 비가격요소를 일부 반영할 방침이다. 정부는 24일 매각 공고를 내고 투자의향서를 받은 후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부와 공자위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내세운 것은 지분을 사려는 확실한 투자자를 정부가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은 “잠재투자자와 관련해서는 과점주주 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우리은행의 안정적 경영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적용한다면 우리은행 주가가 1만3000원 선이 확보돼야 하지만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오히려 1만250원까지 하락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분 매각에 입찰자들이 얼마나 높은 가격을 써낼지 의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한국금융학회장)는 “과점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선임 권한까지 줬기 때문에 지분 30%를 매각하더라도 남은 20%가량 지분의 가치가 프리미엄 없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입찰에 참여했던 안방보험 등 중국계 자본이 다시 입찰에 나설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국적에 따른 차별은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매각 원칙을 내세워 비가격 요인으로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은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연말까지인 이광구 현 행장의 임기도 3개월쯤 더 길어졌다. 낙찰된 과점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이들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차기 행장을 선출한다. 이번 매각이 성공해도 20%가량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되는 정부는 행장 선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상진 조효석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