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던 김항곤 경북 성주군수가 22일 국방부에 성산포대를 제외한 성주 내 다른 지역에 적합한 배치 장소를 찾아달라고 요청해 사드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성주군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김천시가 사드 반대에 동참하는 등 새로운 갈등 요소도 생겨나고 있다.
김 군수는 이날 오전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에서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평화롭던 군민들의 일상이 피폐해지고 지역경제가 반 토막 났다”며 “대규모 상경 집회, 백악관 10만 서명운동, 8·15광복절 900여명 삭발 등 군민들의 강렬한 투지로 ‘사드 이전배치 검토’라는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더 이상의 극단으로 치닫는 대안 없는 반대는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고 만약 원안대로 추진되면 ‘성산포대 사드배치’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며 “군민간담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등에서 대다수 군민이 꼭 배치를 해야 한다면 제3의 장소가 좋겠다고 한 만큼 국방부에서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장소를 결정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21일 표결로 국방부에 사드 제3후보지 공식 건의 입장을 정한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당초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날 오후 대책회의 역시 취소했다.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투쟁위 내부에서도 마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날 김 군수의 입장발표 소식이 알려지자 성주군민 50여명은 군수실 앞에서 김 군수의 발표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 등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10여분 만에 끝난 뒤 같은 장소에 주민 200여명과 일부 투쟁위원이 몰려와 반박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 투쟁위 조직’ ‘군수 주민소환’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제3후보지로 유력한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과 인접한 김천시의 반발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22일 김천시와 김천시의회가 사드 반대 공동성명을 냈다. 김천시의회, 시민단체, 김천 농소면 주민 등이 참여하는 ‘김천 사드배치 반대 투쟁위원회’도 결성했다. 김천투쟁위는 24일 오후 6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주민 1만명이 참여하는 반대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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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성주군수 “사드, 제3지역” 요청… 일부 군민 “주민 소환”
입력 2016-08-22 18:44 수정 2016-08-22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