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불볕에 가뭄까지… 농·수산물 피해 ‘재난수준’

입력 2016-08-23 00:45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산물과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 화전리 한 전복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민이 집단 폐사한 전복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홍성일 경기도사과연구회장이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의 한 과수농가에서 일소현상으로 화상을 입은 사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고서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사상 유래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 물고기 양식장 피해에 이어 밭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과수와 콩, 고추, 땅콩, 생각 등 상당수 밭작물이 시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비가 오지 않고서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안동시 길안면과 청송군 현동면, 의성군 옥산면 등 경북지역 대표적 사과주산지 농민들은 요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폭염과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해 사과농사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석 전에 출하하는 품종 ‘홍로’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일소현상’으로 과일이 아예 진 물러지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또 과일 색깔이 정상적인 붉은빛을 띠지 않고 누런색으로 변하면서 반점이 생기는 등 상품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에서 콩 농사를 짓는 김상석(56)씨는 콩밭 1만3200㎡가 가뭄으로 바짝 타들어 가자 매일 양수기 4대를 동원해 저수지에서 물을 퍼 대고 있다. 하지만 타들어 가는 콩을 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빠른 시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이 마을 60여 농가 전부가 비슷한 수준의 손해를 입었다.

안동시가 주요 작물 재배지에서 개략적으로 한 조사에도 폭염과 가뭄 피해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안동에서 발생한 밭작물 피해는 콩이 12㏊로 가장 넓고 고추밭 10㏊, 생강 등 기타작물 4.5㏊에도 생장이 멈추거나 말라죽었다. 빠른 시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콩과 고추 등 50㏊ 농지에서 추가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시는 당분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어 현재 상황을 ‘재난수준’으로 인식해 예비비를 투입하는 등 가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힘을 쏟을 방침이다.

제주지역에서도 계속된 폭염으로 초기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제주시 6곳, 서귀포시 2곳, 동부지역 2곳, 서부지역 3곳 등에서 초기가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가뭄지역은 폭염으로 일평균 증발량이 평년보다 많아지면서 토양수분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근은 파종면적의 20% 정도만 발아된 상태다. 해안지역은 발아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25일까지 가뭄 해갈이 되지 않을 경우 수량 감소가 예상된다. 콩은 강우량이 적은 해안지역이나 일부 지역에서 낮에 잎이 쳐지는 일시위조(시듦)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가축과 양식장 물고기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인천앞바다 영흥도의 시설양식장에서도 넙치치어 400만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해 14억원의 피해가, 옹진군 덕적도 서포리에서도 우럭치어 230만 마리가 폭염으로 인한 수온상승으로 폐사해 7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6월 하순부터 이달 18일까지의 누적 폐사 가축 마릿수는 357만4000마리로 지난해 여름철보다 40%가량 증가했고, 최근 5년 동안 피해 규모도 가장 크다고 22일 밝혔다. 가축 종류별로는 닭이 341만9000여 마리로 가장 피해가 컸고 오리 11만여 마리, 메추리 3만 마리 등 가금류 피해가 특히 심했다. 돼지 역시 6400여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해수부가 최근까지 집계한 피해 현황에 따르면 경북 포항, 경남 통영·거제·고성지역의 양식장을 중심으로 이미 어패류 138만3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피해금액으로 따지면 22억2000만원 규모다.

금강 녹조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8일 금강 백제보 수질예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이곳의 남조류 세포수는 10만8170개/㎖로 측정됐다. 백제보는 초록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녹조가 심각하다.

비는 오지 않고 기록적인 폭염만 이어지면서 지난해의 최악 가뭄 사태가 올해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제주에서는 농작물 대책 비상체제를 가동한 상태다. 전북 지역도 폭염이 지속되면서 도내 저수율이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령댐의 용수공급을 긴축운영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가뭄이 올해에도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다목적댐의 가뭄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생공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서윤경 기자, 전국종합 jskimkb@kmib.co.kr, 그래픽=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