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으로 도배 공사를 하는 김모(56)씨는 지난 6월 4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조모(77)씨 집에서 도배를 하다가 돈 봉투를 하나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수표와 현금을 합쳐 4억1000만원 정도가 들어 있었다. 평생 장사를 해온 조씨가 모아둔 돈이었다. 김씨는 에어컨 위에 있던 봉투를 건물 계단에 있는 신발장에 숨겼다. 하지만 아무도 돈이 사라진 지 몰랐다. 다음날 김씨는 봉투를 자신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나왔다.
이틀이 지나서야 돈 봉투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조씨는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경찰은 도배 공사 작업자들의 연락처를 파악해 탐문을 시작했다. 김씨도 돈의 행방을 아느냐는 경찰 전화를 받았지만 모른 체했다.
조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알게 된 김씨는 6월 6일 저녁 돈 봉투를 돌려주기 위해 조씨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조씨 집 근처에는 경찰들이 서성이고 있었고,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웠던 김씨는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계단을 오르던 김씨는 계단 아래로 서울동부지법 청사가 보이는 것을 알았다. 김씨는 검은 비닐봉지에 돈 봉투를 넣어 법원을 향해 던졌다. 봉투 바깥에는 ‘조씨에게 전달해 달라’는 메모를 적었다. 비닐봉지는 법원 담벼락에 부딪혀 인도에 떨어졌고, 지나가던 시민이 비닐봉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돈 봉투에서 지문을 채취해 김씨를 검거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이흥주 판사는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판사는 “김씨가 훔친 돈을 쓰지 않고 피해자에게 돌려주려고 한 점, 절도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도배하다 4억봉투 슬쩍, 한순간의 욕심 죄짓고 못살아
입력 2016-08-22 19:07 수정 2016-08-22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