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이었다. 당시 홍성아(46·여·사진) 목사는 대장암으로 투병하는 남편 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병실에서 성경과 문학 서적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대학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소설을 써보기로 결심한 건 그렇게 병실을 지키던 어느 날이었다.
홍 목사는 어떤 내용을 다룰까 고민하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나선 신앙의 선각자들 이야기를 골랐다. 이듬해부터 집필을 시작했고,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편소설 ‘눈의 회상’을 출간했다. 홍 목사는 책 말미에 넣은 ‘지은이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건강을 회복한 남편과 함께 일선으로 돌아온 다음, (교회) 아이들과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책들을 읽으며 아이들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그 옆에서 함께 책을 읽던 제가 완성한 것이 이 소설입니다.”(318쪽)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 목사는 “크리스천들이 한국교회의 역사를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소설은 선교사들의 희생, 신앙에 기반을 둔 독립 운동가들의 헌신을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기독교적 역사관으로 독립운동을 다룬 연구물은 많지만 소설은 별로 없다”면서 “소설을 통해 기독교가 항일운동에 끼친 영향을 쉬운 언어로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눈의 회상’은 일제강점기에 청년기를 보낸 인설, 현, 태성 등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면서 기독교인의 독립운동 역사도 전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소설에서 외국인 선교사로 등장하는 영과 바네사의 활약상이다. 두 인물의 모델은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 선교사와 그의 가족들. 홀 선교사 가족은 복음의 불모지였던 조선에 입국해 폐결핵 퇴치 사역 등 의료 선교에 매진했다.
홍 목사에게 ‘눈의 회상’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소설이다. 그는 “처음 쓴 소설이어서 자신이 없었는데 출판사 관계자들이 ‘재밌다’고 말씀해주셔서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재미만 있어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게 전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에 크리스천들이 이룬 업적을 되새겼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 나선 신앙의 선각자 잊지 말아야”
입력 2016-08-22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