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반(反)푸틴 시위를 벌인 러시아 시민운동가 로만 로슬로프체프(36·사진)가 우크라이나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로슬로프체프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시위 활동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가의 망명 신청을 이민 당국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로슬로프체프는 현지 TV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보 당국의 박해 때문에 망명을 택했다”고 밝혔다.
로슬로프체프는 푸틴 가면을 쓰고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활보하다 9차례나 체포됐다. 모스크바에서 나고 자란 그는 회계사로 활동하다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에 분노해 푸틴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내 자치공화국 영토이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양국 갈등이 고조됐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은 옛 소련권 이탈과 유럽화를 추구하면서 러시아와 여전히 대립 중이다.
로슬로프체프는 위반 시 징역 5년까지 처하는 러시아 시위법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성토했다. 이 법은 반체제·반정부 운동가를 옥죄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푸틴 가면’ 러 시민운동가 우크라 망명 신청
입력 2016-08-22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