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화합과 소통… ‘새로운 세상’을 열다

입력 2016-08-22 18:28 수정 2016-08-22 21:36
한국 선수단이 21일(현지시간) 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맨 앞 가운데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 동메달리스트 김현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1회 근대올림픽 이후 120년 만에 남미에서 최초로 열린 대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지구촌의 화합과 스포츠 정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공식 슬로건처럼 ‘새로운 세상(New World)’을 열고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별의 벽을 무너뜨린 선수들이 등장했고, 스포츠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어떤 이는 경쟁과 협력, 승부와 승복의 참의미를 깨닫게 했다. 개성이 톡톡 튀는 일명 ‘밀레니얼 세대’는 더 이상 메달 색깔에 집착하지 않고, ‘올림픽은 즐기는 것’이란 ‘진짜’ 가치를 강하게 심어줬다.

이제 올림픽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화합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무대, 도전 그 자체로도 박수 받을 수 있는 대회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건 바로 난민팀(ROT·Refugee Olympic Team)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난민팀이란 이름 아래 뭉쳐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시리아 등 분쟁국가 출신으로 전쟁을 피해 조국을 떠난 10명이었다. 난민팀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지구촌 화합의 장에서 감동과 좌절의 눈물을 모두 맛봤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성들의 활약도 유난히 두드러졌다. 각자의 사연을 딛고 기존의 사회적 약자라는 편견과 차별을 지우고자 올림픽에 나서 열정과 땀방울을 아낌없이 쏟았다. 이란 양궁여자대표팀의 자흐라 네마티는 교통사고로 인한 하반신 마비 장애를 딛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네마티가 휠체어를 탄 채 양궁 경기장에 들어서자 전 세계에서 모인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그녀를 맞이했다. 4관왕에 오르며 기계체조의 새 역사를 쓴 시몬 바일스(미국)는 145㎝의 작은 키로 세계를 평정했다. 시몬 마누엘은 미국 수영 역사상 최초로 여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흑인이 됐다. ‘히잡 검객’으로 유명세를 탄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미국)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며 출전해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을 손에 쥐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선수도 있다. 산티아고 랑게(아르헨티나)는 54세의 나이로 요트 혼성부 나크라 17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해 위암으로 위를 절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세월과 병마를 모두 극복하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

여자육상 5000m 예선에 출전한 니키 햄블린(뉴질랜드)과 애비 다고스티노(미국)는 최고의 올림픽 정신을 발휘해 전 세계를 감동의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다고스티노는 레이스 도중 자신의 다리에 엉켜 넘어진 햄블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들은 결승선을 지나 완주에 성공한 뒤 진한 포옹을 나눴다. 두 선수는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페어플레이어상을 받았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할 새로운 친구를 얻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로 화려한 발자취를 남긴 채 마지막을 장식한 선수들도 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리우올림픽에서 5관왕을 달성하고 정든 수영장을 떠난다. 그는 올림픽에 5번이나 출전해 무려 28개의 메달(금 23, 은 3, 동 2)을 휩쓸었다. 마찬가지로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육상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우승해 ‘트리플-트리플’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모두 보지 않았나. 내가 최고다”라는 말을 남기며 올림픽 스타로서 즐길 줄 아는 모습을 보였다.

남북으로 단절된 냉랭한 한반도에는 올림픽 덕분에 우정과 화합의 꽃이 피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의 이은주(강원체고)는 북한 대표로 출전한 홍은정에게 다가가 셀카 촬영을 제안했다. 홍은정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두 선수는 다정한 모습으로 얼굴을 맞댄 채 한 장의 사진 속에 미소를 담았다. 사진을 본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위대한 몸짓”이라며 “우리가 올림픽에서 이런 몸짓을 여러 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박구인 기자,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