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순간까지 배우고 도전할 겁니다”… ‘전몰군경 미망인의 대모’ 안목단씨, 80세로 영남대 졸업

입력 2016-08-23 04:09
전몰군경 미망인의 대모로 불리는 안목단씨가 22일 학위증서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영남대 역대 최고령 국어국문학 학사 학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남대 제공

“배움에는 나이가 없어요. 하고자 하는 길에 희망이 있기에 죽는 순간까지 배우고 도전하고 싶습니다.”

70대에 대학에 들어간 할머니가 만 80세에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썼다. 주민등록상 1936년생인 안목단씨는 여든을 바라보는 2012년 영남대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다.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역대 최고령 국어국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안씨의 실제 나이는 이보다 네 살이 많은 84세다. 안씨는 입학한 지 4년6개월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 학생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안씨는 청소년 시절 겪은 6·25전쟁, 순직한 군인의 미망인으로서의 삶, 군납 사업자이자 사회사업가로서의 활동 등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일대기를 소설로 남기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국문과를 선택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그는 23세 때 육군 소령이던 남편과 결혼했으나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남편이 경북 영천지역 공비 토벌 작전에 나섰다가 순직하는 시련을 겪었다.

전몰군경미망인회 중앙회장, 한국부녀복지연합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자신이 운영한 군납용 봉제업체에서 나온 수익금을 전쟁미망인 가정 자녀 장학금 등 각종 복지사업에 써 ‘전몰군경 미망인의 대모’로 불렸다.

재학 기간에 단 한 번도 결석과 지각을 하지 않았던 그는 “소설을 좋아하고 문학에 취미가 있었기에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고 과제 준비를 했다”며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고 특히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팔십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대학생활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학우들에게 고마워했다.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주거나 노트 필기를 도와주는 등 함께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던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기억했고 학생들도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도 하는 등 기꺼이 친구를 자청했다.

같은 학과 2년 후배인 장보민(22)씨는 “전공수업 몇 과목을 같이 들었는데 늘 가장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선배님과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졸업을 축하했다.

안씨는 “학교와 학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욱 힘든 도전이 되었을 것”이라며 “졸업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대학원에 진학해 영남대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움에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는 얼마 전에는 한자 자격시험 2급에도 합격했다.

재충전을 위해 서예와 요가도 배우고 있다는 안씨는 “나이와 관계없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으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현재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기회가 주어지고 능력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면서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경산=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