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에 ‘우병우 민심’ 전하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

입력 2016-08-22 18:47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에 있어 새누리당은 집권당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무기력증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우 수석 건을 놓고 청와대가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는 탓에 심각성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각종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사건’은 특정 언론과 부패 기득권 세력에 의한 국정 흔들기라는 청와대 인식으로 인해 이미 본질이 변해 버렸다. 청와대가 무슨 근거로 그리 판단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 여론과 괴리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청와대는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부동산 매매 과정과 아들의 의경 꽃보직 논란, 가족기업 정강의 횡령 혐의 등도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명된 것이 없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우 수석이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국민 다수의 시각이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여론조사도 있다.

청와대가 자기논리에 빠져 있으면 민심이 존립의 기반인 여당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22일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선 정국 최대 현안인 우 수석 문제가 한 마디도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사태 해결 방향이 모색되지 못했다. 민심을 살피지 못해 4·13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상 우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오로지 소수의 강경 친박들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일절 전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 지도부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 어려우면 우 수석 건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을 분리대응하자는 목소리라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이정현 대표는 침묵만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중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개인적 추문에 휩싸인 참모로 인해 국정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섬김의 대상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임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