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4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연속 4득점을 올려 금메달을 따낸 펜싱 남자 에페의 박상영(21·한국체대), 자신을 꺾은 상대 선수의 팔을 들어 준 태권도 남자 68㎏급의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
올림픽을 즐기는 신세대 태극전사들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투혼과 품격을 보여줬다. 다만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 달성에 실패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를 수확해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10-10’에서 금메달 1개가 모자라지만 순위는 목표치보다 상회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금13·은10·동8, 종합순위 7위)과 2012 런던올림픽(금13·은8·동7, 종합순위 5위)에선 잇따라 10-10에 성공했다.
양궁과 사격이 앞에서 끌고 펜싱이 허리를 받치고 태권도와 여자 골프가 잘 마무리한 덕분에 한국은 리우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들 수 있었다.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은 리우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남자 양궁 구본찬(23·현대제철)과 여자 양궁 장혜진(30·LH)은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역대 올림픽에서 통산 23개의 금메달을 따낸 양궁은 쇼트트랙(21개)을 제치고 동·하계 올림픽 사상 한국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긴 종목에 됐다. 사격의 진종오(37·kt)는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사격 종목 사상 첫 3연패의 쾌거를 이뤘다.
한국 태권도는 5체급에 나선 남녀 선수 모두 메달(금2·동3)을 따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여자 49㎏급의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와 67㎏급의 오혜리(28·춘천시청)는 매 경기 명승부를 펼치며 생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골프에서 여자부 금메달을 따내며 골프 사상 첫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반면 기대했던 종목들과 기초종목 그리고 단체 구기종목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유도의 경우 60㎏급 김원진(24·양주시청)을 비롯해 66㎏급 안바울(22·남양주시청), 73㎏급 안창림(22·수원시청), 90㎏급 곽동한(24·하이원) 등 세계랭킹 1위 선수들이 큰 기대를 모았다. 여자부에서도 48㎏급 정보경(25·안산시청)과 57㎏급 김잔디(25·양주시청), 70㎏급 김성연(25·광주도시철도공사) 등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한국 유도는 은메달 2개(안바울·정보경), 동메달 1개(곽동한)를 따내는 데 그쳤다. 또 효자 종목인 레슬링과 배드민턴도 금맥을 잇지 못했다.
많은 메달이 걸린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에선 한 명의 한국선수도 결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단체 구기종목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축구 대표팀은 2승1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나 8강에서 ‘복병’ 온두라스에 발목을 잡혔다. 여자 배구도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22·페네르바체)을 앞세워 메달 사냥에 나섰지만 8강에서 네덜란드의 벽에 막혔다.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는 예선에서 탈락했다.
영국과 일본은 기초종목과 생활체육에 집중 투자해 리우올림픽에서 각각 2위와 6위로 선전했다. 반면 한국은 특정 종목에만 금메달이 편중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정몽규 한국 선수단장은 21일 리우데자네이루 코리아하우스에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약속한 10-10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이 있었기에 금메달 9개, 종합순위 8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며 “리우올림픽에서 약진한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 지원책 마련, 과학적 훈련 및 새로운 전략 도입, 우리의 체질에 맞는 선택과 집중, 해외 사례 벤치마킹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마다의 올림픽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긴 태극전사들은 2020 도쿄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다시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한국 스포츠는 즐기는 만큼 더 강해지고, 더 유쾌해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리우서 즐긴 태극전사, 도쿄선 더 강해진다
입력 2016-08-22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