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임 시절 국정감사나 임시국회, 정기국회 정부 업무보고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매번 질의한 주제가 있다. 바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를 확 낮추는 일이었다.
19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 민주당)은 대표가 여섯 차례가 바뀌었지만 나는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당의 직능사령관을 맡았다. 직능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직능위원회를 전국직능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전국위원회는 당대표가 당연직 위원장을 맡기 때문에 사실상 위원장 역할은 수석부의장이 한다.
실물경제인 출신인 내게 수석부의장 임무가 계속 주어졌다. 4년 동안 직능사령관으로 전국직능경제인총연합회 산하 약 200여 중앙회, 전국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벤처기업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누볐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자영업자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경제민주화의 입법적 발의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세금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었다. 카드회사들이 받는 가맹점수수료는 재벌대기업들에게는 1%이하로 받고, 일반가맹점들에게는 2∼3%가 넘는 고율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구조였다.
결국 나는 2015년 3월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최대 2%를 넘지 않도록 ‘상한제’를 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법률안 대표발의와 동시에 한국외식업중앙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전국의 직능단체들과 함께 ‘신용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이 벌어지자 정부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2015년 말 정부는 영세사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반값 인하를 발표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까지 논의를 거듭해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신용카드사가 아닌 은행에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반가맹점 반값수수료의 길도 열린 것이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한 마디가 있다. 서명운동을 할 당시, 골목 안 음식점에 들어가 사장님께 서명을 부탁드렸다. 그 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서명용지를 들이 민 내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매번 서명은 해줬지만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기대 안 합니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을 위한 구호로 외쳤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의 말씀은 내게 비수처럼 꽂혔다. 그래서 더 열심히 정부를 설득하고 따지기도 했다. 그리고 성과를 이뤄냈다. 제19대 국회를 마치면서 그때 그 조그마한 음식점 사장님이 해주신 그 말이 기억났고, 그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아 뿌듯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과거 선거운동을 하며 시장의 소상공인 등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들었던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한 모든 일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나타난 성과들은 세상 모든 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보이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매일 기도했고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용기로 해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역경의 열매] 이상직 <12> “정치인들 말뿐 실천 않더라”는 말이 비수로 꽂혀
입력 2016-08-22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