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이동훈] 우리銀 매각, 지금이 골든타임

입력 2016-08-22 18:46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2014년 11월 이후 중단된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12라운드까지 치러야 하는 프로복싱 타이틀매치도 아닌데 우리은행 매각은 그동안 너무나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이제 우리은행 매각은 이번 5라운드에서 끝내야 한다. 최근 우리은행 직원들이 대거 우리사주를 신청할 정도로 기대감에 차 있다. 한 고위간부는 1억원을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했다면서 이번만큼은 지분 매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은행 직원들까지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이번 매각 방식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2010년까지 네 차례 블록세일을 거쳐 지분을 낮춘 뒤 경영권 매각을 위해 첫 매각공고를 발표했다. 정부는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거의 매년 경영권을 통째로 파는 방식을 고집했다. 더욱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태의 답습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모펀드나 중국의 안방보험 등을 투자적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영권이 아닌 과점주주 매각방식인 만큼 정부의 핑계거리도 별로 없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을 통째로 인수할 국내외 투자자도 없을뿐더러 금산분리법이 적용되는 국내 현실상 해외 인수자의 적격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주주 형태가 과점주주로 구성돼 있는 만큼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과점주주들에 매각하고도 정부 지분이 여전히 21% 남지만 정부가 경영불개입 원칙을 천명한 것도 긍정적이다. 사실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는 것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행태로 주가를 상당 부분 깎아먹은 측면이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2일 공자위 전체회의에서 “정부 소유 은행이라는 이유로 경영 비효율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회사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한 것은 늦었지만 박수 받을 만한 태도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은행 지배구조를 과점주주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구성과 이들을 통한 행장 선임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은 성사만 된다면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획기적인 변화 사례로 남을 만하다. 그런 만큼 지금이 골든타임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경영실적과 세 차례 해외 50여곳 투자자를 직접 만난 이광구 은행장의 로드쇼, 이로 인한 연초 대비 30% 주가 상승 및 외국인 지분율 확대 등 시장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가장 중요한 매각수요 또한 그동안 공자위가 국내외 로드쇼를 통해 만났던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진정성을 확인한 점은 4전5기의 성공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권 말이면 나타나는 보신주의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불신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임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매각수요, 방식, 분위기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지금이 ‘골든타임’라고 판단하고 매각공고를 내는 ‘소신주의’를 선택한 만큼 정치권도 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더욱이 최근 구조조정 이슈와 함께 불거진 산업은행 자회사의 문제점을 보면서 ‘제2의 대우조선해양’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은행을 현 상태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이제 남은 건 매각 성공을 위한 총력전이다. 매각 주체인 정부와 매각 대상인 우리은행 모두 물을 등에 지고 싸운다는 각오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은행 매각 성공은 우리 금융시스템이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외국인들의 비웃음을 불식시키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이동훈 경제부장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