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늘어나는 미분양 놓고 “대폭락 전조” vs “소형 아파트는 부족”

입력 2016-08-22 20:54

국내에선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분양 물량이 뒤늦게 시장에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 앞서 저출산·고령화를 겪은 일본에서 확인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주택 공급 과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까? 아직은 더 여유가 있을까?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9999가구로 한 달 새 8.2% 늘었다. 지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분양이 늘면 자연스레 주택 매매가도 하락하게 된다. 지방에서는 조선업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경남 등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청약 당첨 후 실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사실상 공급과잉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주택시장의 추세적 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1990년 이후 생산가능연령 인구 비중이 하락하고 이후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면서 “여기에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공급량 조절 실패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한국이 지난해 80만 가구 가까운 주택(아파트, 주택, 오피스텔 포함)을 착공하고, 올해도 아파트 분양만 44만 가구 이상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인 가구 등으로 빠르게 가구수가 늘고 있다는 점, 아직도 자가보유율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공급과잉 진단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73% 수준으로 아직 높은 편인 데다 2027년까지는 65% 이상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수요 감소를 거론하기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개별 가구 중심으로 볼 때 자가 주택을 보유한 가구 비율은 58%에 그치는 점도 주택 수요가 더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인구 구조 변화를 무시할 수 없지만 국내 소형 주택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소형 아파트 공급은 아직도 부족하다”면서 “소형을 중심으로는 지속적인 상승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자산 증식의 도구로서 주택 기능은 약해지는 대신 민간 임대주택을 통한 임대 수요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조민영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