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이동형 ICT체험관 ‘티움 모바일’, 제주 가파초교서 운영

입력 2016-08-22 04:00
지난 19일 제주도 가파초등학교에 설치된 이동형 ICT 체험관 ‘티움 모바일’에서 아이들이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은 19일 오후,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가파도로 향하는 배는 재잘거리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제주도에서 가파도까지 약 2.2㎞를 오가는 배는 하루에 4번뿐이다. 이 배에 탄 초등학생 20여명은 다른 지역 아이들로, ‘티움(T.um) 모바일’을 체험하기 위해 가파초등학교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초등학교인 가파초는 전교생이 9명이다.

“스마트폰 게임은 엄지만 써서 금방 지루해지는데, 가상현실(VR) 게임은 진짜 게임을 하는 것 같아서 신나요.”

가파초 4학년 강영웅(10)군이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방학 중인 아이들은 오전에는 방과후 수업을 듣고 수업을 마치면 티움 모바일을 찾는다. 3일 내내 오갔는데도 지겨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티움 모바일을 체험하러 오면 스스로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7∼19일 가파초에 이동형 ICT 체험관 ‘티움 모바일’을 운영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방 중소도시 어린이들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2014년 8월 시작된 티움 모바일은 벌써 2년을 맞았다. 가파초 운동장에 설치된 피라미드 형태의 에어돔은 겉모습만으로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티움 모바일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홀로그램, 사물인터넷(IoT) 등 여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체험 아이템들로 구성됐다. 아이들은 VR 기기를 끼고 가상공간에서 날아오는 과일을 베기도 하고, 가상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을 배트로 맞춰 홈런을 치기도 했다. 노란 잠수함에 들어가 360도 영상으로 펼쳐지는 해저를 탐험할 때는 아이들의 작은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서울 근교만 해도 아이들이 첨단 기술을 체험할 곳이 많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이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SK텔레콤은 이점에 착안해 2년 동안 전남 해남, 강원도 철원 등 전국 21곳을 찾았다. 티움 모바일을 찾은 누적 방문객은 15만명을 훌쩍 넘었다.

가파초 학생들은 탐험가 허영호 대장의 수업을 들으며 드론으로 찍은 에베레스트 등반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은 눈이 가득 쌓인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허 대장의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라산보다 두꺼운 얼음이 다 녹으면 어떻게 해요?” “저렇게 추운 산에 왜 올라가는 거예요?”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교실은 활기가 더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티움 모바일을 국내 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정보기술에서 소외된 국가에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며 “새로운 기술에 금방 적응하는 아이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