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지역을 행정적 절차를 거쳐 검토할 것을 국방부에 건의한다.’
성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21일 오후 이 같은 방향을 결정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강경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투쟁위가 주관하는 회의마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사드정국’은 한때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 보였다.
투쟁위는 21일 오전 10시30분 대책회의를 열고 ‘제3후보지’ 검토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강경파 주민 100여명이 회의장 주변을 봉쇄해 파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와 공무원들의 출입은 물론 군 의회 1층 입구, 군청 현관 입구까지 모두 막았고 군 청사에 미리 들어와 있던 기자들까지 밖으로 내보냈다.
이 때문에 투쟁위가 투쟁 방향을 철회에서 제3후보지 검토로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투쟁위는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제3후보지 검토를 핵심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었지만 철회를 주장하는 주민 20여명이 회의장 주변을 장악하는 바람에 제3후보지 논의는 진척이 없었다. 투쟁위 관계자는 “회의 시작 전부터 이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회의 중에 문을 열고 들어와 고함을 지르거나 창문을 열어 회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군민들 사이에도 제3후보지 검토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 속에 투쟁위 온건파 위원들이 이날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강경파 위원들이 ‘제3후보지’ 안건에 대해 계속 반대하자 ‘투쟁위 해체’와 ‘촛불집회 중단’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강경파 위원들이 마침내 ‘투표로 결정’을 전격 수용했고, 결국 ‘제3후보지 검토 공식건의’로 의견이 모아졌다.
투쟁위가 ‘제3후보지 검토 공식 건의’라는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것은 투쟁 장기화로 군민들의 부담이 점차 커지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 성주 배치’가 발표된 지난달 13일 이후 상당수 성주군민들은 39일 동안 제대로 생업에 나설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등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무조건 사드 배치에 반대하기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민 여론을 투쟁위가 마냥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해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제3후보지’가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국방부가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 부지를 답사하고 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투쟁위원들과 주민들 사이에선 ‘제3후보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 인근 임야는 해발 680m로 고지대인 데다 주변에 민가가 드물다. 성주군·김천시 인접 지역인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이 제3후보지로 유력시되면서 ‘사드 불똥’이 김천으로 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천의 민주시민단체협의회와 농소면·율곡동 사드반대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부곡동 강변공원에서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촛불 문화제’를 열고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천시 기관·단체장 150여명도 성주골프장 사드 배치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주민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성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지역경제 바닥, 투쟁 장기화에 큰 부담
입력 2016-08-21 18:14 수정 2016-08-22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