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참상 일깨운 알레포 꼬마형제의 비극

입력 2016-08-22 00:01
시리아 어린이가 그린 그림. 죽은 아이들은 팔과 다리가 잘린 채 미소 짓는 반면 살아 있는 아이들은 울고 있다. 인권단체 더 시리아캠페인 트위터 캡처

피범벅의 먼지투성이가 된 채 앰뷸런스 한편에 앉아 있던 소년의 표정에는 생기가 없었다. 왼쪽 눈가에 핏물이 흘러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폭격이 휩쓸고 간 뒤 소년이 생각했던 건 단 하나. 가족이었을 거다. “엄마, 아빠, 동생과 형은 어디에 있을까. 나를 꼭 안아주면 좋을 텐데….”

지난 17일(현지시간) 내전 중인 시리아 알레포의 폭격 현장에서 구조된 옴란 다크니쉬(5)는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각인시켰지만 결국 사랑하던 형과는 영원한 작별을 해야 했다. 영국 가디언은 20일 옴란의 사진을 찍었던 사진기자 마무드 라슬란의 말을 인용해 형 알리(10)가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가족은 건물 잔해 아래서 구조됐다. 폭격 당시 집 안에 있던 옴란과 동생, 부모는 부상을 당했지만 집 밖에서 친구들과 놀던 형 알리는 복부를 심하게 다쳐 알레포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숨졌다. 시리아 시민 활동가인 케난 라흐마니는 “옴란이 알레포의 고통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이었다면 알리는 현실”이라며 “시리아에 ‘해피엔딩’ 이야기는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형제의 소식은 시리아 내전으로 고통 받는 민간인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CNN방송은 알리의 죽음을 전하며 “지난 22개월 동안 폭격으로 어린이 4500명을 포함해 민간인 1만2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그레그램 부대표는 “옴란은 시리아의 고통을 일깨웠다”며 “사람들이 돕게 나서도록 하고 정치인에게 압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유엔난민정상회의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최 난민수용 규모 관련 정상회의에 눈길이 쏠린다. 시카고트리뷴지는 “알레포의 고통을 관성적으로 대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고 논평했다.

현장에서 옴란 가족을 구한 시리아 민방위대 ‘화이트 헬멧’도 다시 조명 받고 있다. 하얀색 헬멧을 쓰고 시리아군 공격에 파괴된 현장에 출동해 목숨을 내놓고 구조에 나서는 3000명의 대원에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화이트헬멧이 구조한 사람은 지금까지 6만명, 구조활동 중 사망한 대원은 134명에 달한다. 2014년 16시간에 걸쳐 생후 10일 된 신생아를 구조해 세상에 알려졌던 칼레드 하라흐(31) 대원도 지난 13일 평소처럼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시리아군의 포격에 사망했다. 미국 중동연구소는 지난 18일 이들을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